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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시기에...김정은 머무는 원산 인근 ‘죽음의 백조’ 띄운 美

민감한 시기에...김정은 머무는 원산 인근 ‘죽음의 백조’ 띄운 美

Posted April. 24, 2020 07:38,   

Updated April. 24, 202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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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공군의 B-1B 초음속 전략폭격기가 23일 한반도와 가까운 일본 열도에서 주일미군 및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들과 비행훈련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B-1B 폭격기는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머무는 걸로 알려진 강원 원산에서 불과 800∼900km 떨어진 일본 인근 상공도 지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폭격기가 한반도 주변에 공개적으로 전개된 것은 2017년 12월 비질런트 에이스 한미 연합 공중훈련에 참가한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의 길어지는 잠행 등 민감한 시기에 미국이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략자산을 한반도 인근에 투입한 배경과 향후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군용기 추적 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이날 오전 미 사우스다코타주 엘즈워스 공군기지 소속 B-1B 폭격기 1대가 북극해와 베링해를 거쳐 일본 아오모리현 미사와 기지 인근 상공으로 날아왔다. B-1B는 이 일대에서 주일미군의 F-16 전투기, 일본 항공자위대의 F-2 전투기 등과 함께 연합 비행훈련을 실시했다.

 이후 일본열도를 따라 오키나와 인근까지 남하한 뒤 북상해 미 본토 기지로 복귀했다고 한다. 왕복으로 총 2만 km가 넘는 장거리 전개 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미 태평양공군사령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관련 사진을 공개하면서 “(미일 양국의) ‘철통(ironclad) 동맹’을 보여주는 ‘역동적인 전력 전개(dynamic force employment)’를 시현했다”면서 “이번 훈련은 미일 대응능력 강화와 지형 숙달 향상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도발 등 한반도를 포함한 역내 위기 상황을 상정한 미일 연합훈련임을 시사한 것이다.

 한반도 주변에 미 폭격기가 전개된 것은 지난해 10월 B-52 폭격기 2대가 대한해협을 거쳐 동해상에 전개된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미국이 비핵화 협상 시한을 앞두고 북한에 도발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추가 진입을 저지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B-1B 폭격기의 한반도 주변 전개도 대북 견제성 무력시위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까지 대남 타격 신종 무기와 순항미사일 등을 잇달아 발사하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린 북한에 미국이 추가 도발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불식시키기 위해 북한이 또다시 무력시위에 나서는 것을 사전에 억지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이 불참한 김일성 생일(15일)을 전후해 미 주력 정찰기들이 연이어 한반도로 투입돼 북한을 샅샅이 훑는 동시에 미 핵심 전략자산이 언제든 한반도에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을 북한에 경고했다는 것이다. 다른 군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건강에 별 문제가 없다면 머지않아 미사일 발사 현장 참관 등 건재함을 과시하는 ‘군사 이벤트’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미국의 군사적 포석일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괌 앤더슨 기지에 배치됐던 B-52 폭격기 5대를 모두 본토로 철수시키는 등 역내 폭격기 전진배치를 중단한 이후로도 미국의 대북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태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조치로도 해석된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