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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평양서 월드컵 2차 예선 축구

Posted October. 12, 2019 07:28,   

Updated October. 12, 201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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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원정을 무섭다고 느끼는 선수가 있다면 데려가지 않겠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사진)은 10일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차전 스리랑카와의 경기를 마친 뒤 이례적인 강경 발언을 했다.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의 3차전을 앞둔 선수들이 경기의 ‘특수성’ 때문에 주눅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장 손흥민(토트넘)도 “우리는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며 외부 요인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1990년 친선경기 이후 29년 만에 평양에서 치러지는 남자 축구 남북전에서 ‘벤투호’가 이겨내야 할 어려움은 무엇일까.

 한국은 김일성경기장을 가득 메울 북한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과 싸워야 한다. 한국 응원단과 중계·취재진의 방북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2017년 김일성경기장에서 여자 축구 아시안컵 예선(1-1 무)을 치렀던 윤덕여 전 여자대표팀 감독(58)은 “5만 관중이 내뿜는 함성의 위압감은 상당했다”고 말했다. 황금색 종이 나팔과 은색 짝짜기를 든 관중은 응원단장의 지시에 맞춰 ‘조선청년행진가’ ‘가리라 백두산으로’ 등의 노래를 부르고 파도타기 응원을 했다. “본때를 보여라”는 구호와 짝짜기 소리는 귀를 먹먹하게 할 정도였고, 한국 선수가 공을 잡을 때는 야유가 쏟아졌다.

 북한의 몸싸움과 위협적인 플레이도 조심해야 한다. 윤 감독은 “여자 축구는 북한(FIFA 랭킹 9위)이 한국(20위)보다 우위에 있다. 하지만 남자는 한국(37위)이 북한(121위)보다 객관적 전력이 앞선다. 북한도 이를 알기 때문에 안방에서 패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더 격렬하게 몸싸움을 걸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는 김일성경기장은 ‘북한 축구의 성지’로 통한다. 2년 전 여자 남북전 골키퍼였던 김정미(현대제철)는 “당시 우리가 경기 시작을 앞두고 ‘지지 말자’라고 외치자 북한 선수들이 ‘죽고 나오자’고 맞받아치더라.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되 냉정함도 잃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일성경기장의 인조 잔디도 부담스럽다. 한국 선수들은 대부분 소속 팀에서든 대표팀에서든 천연 잔디 구장에서 뛰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인조 잔디는 천연 잔디에 비해 축구화가 땅에 잘 박히지 않는다. 이 때문에 스터드(축구화 밑창의 징)가 긴 축구화를 신으면 수비수가 방향 전환 시 미끄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경기 전날(14일) 공식 훈련에서 김일성경기장 잔디에 대한 적응에 나설 예정이다.

 중국을 경유해야 하는 일정과 여러 제약에 따른 컨디션 관리도 변수다. 대표팀은 직항로나 육로를 통한 방북이 좌절됨에 따라 13일 베이징으로 출국해 1박 한 뒤 14일 평양에 입성한다. 베이징∼평양의 비행시간은 1시간 45분.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은 반입이 어려워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에 맡길 계획이다. 윤 감독은 “2년 전에도 휴대전화가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 평양 순안공항에서는 가져온 책의 내용까지 살펴보는 등 짐 검사도 까다로웠다. 이동 과정에서부터 선수들이 지칠 수 있는 만큼 컨디션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미는 “호텔 외부로 나가기가 어려웠다. 답답한 면도 있지만 선수들끼리 얘기할 시간이 많은 만큼 전술 토의 등을 한다면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제공되는 음식은 어떨까. 여자 대표팀은 평양 양각도호텔에 머물렀던 반면 남자 대표팀은 고려호텔을 사용한다. 윤 감독은 “나물과 불고기 등 한식 뷔페로 돼 있어 식사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남자 대표팀의 경우 조리사 1명이 평양 원정에 동행한다. 대표팀 관계자는 “현지에서 식자재 구입이 어렵기 때문에 북한 입국에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반찬거리 등을 챙겨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