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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수술로봇 ‘닥터 허준’, 허리 디스크 수술도 척척

미세 수술로봇 ‘닥터 허준’, 허리 디스크 수술도 척척

Posted October. 25, 2018 07:42,   

Updated October. 25, 2018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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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에 디스크, 위에 신경이 보이네요. 주변을 둘러싼 지방 조직도 보이고요.”

 24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임상의학연구센터. 신동아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의대 해부실습용 시신의 허리 부분에 긴 관 형태의 의료 도구 ‘케테터’를 넣으며 말했다.

 하지만 신 교수는 환자가 누워 있는 수술대에 없었다. 3m 정도 떨어진 의자에 앉아 화면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대신 신 교수는 책가방만 한 장치에 매달린 긴 펜 모양의 도구를 손에 쥐었다. 펜 모양 도구 끝을 앞으로 밀자 수술대 위 카테터가 앞으로 전진했다. 왼쪽 아래로 도구 끝을 옮기자 카테터도 고개를 같은 방향으로 돌렸다. 모니터에는 몸 속 디스크 부위가 훤히 보였다. 신 교수는 “꼭 게임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기는 정교한 인체 내 수술에 특화된 원격로봇시스템 ‘닥터 허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세브란스병원, 한국기술교육대, 그리고 로봇 및 의료기기 기업이 2013년부터 공동 개발했다. 이날 연구진은 5년 동안 개발한 닥터 허준을 처음으로 실제 사람의 시신을 대상으로 시험했다. 강성철 KIST 의료로봇연구단장은 “2016년과 2017년 각각 1, 2차례씩 동물(돼지)을 대상으로 전임상시험을 해 안전성과 성능을 확인했다”며 “마지막으로 사람의 시신으로 실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이 개발한 카테터는 지름이 3mm로 가늘다. 눈으로 보니 쫄면 면발 정도 돼 보였다. 그런데 이 끝에 고성능 수중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카메라 개발에 참여한 반도체기업 ‘인지’의 신인섭 소장은 “수중 카메라 시야각이 140도로 기존 카메라의 두 배”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모니터에 보이는 화면은 시술 부위 바로 앞과 함께 주변부까지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수술복을 입은 김천우 KIST 의료로봇연구단 선임연구원이 카테터에 수술용 미세 집게를 장착했다. 그는 집게를 조작해 환부를 단번에 잘라냈다. 강 단장은 “환부를 2∼3mm만 열면 카테터를 넣어 수술도 할 수 있다”며 “앞으로 카테터를 더 가늘게 해 눈이나 뇌, 이비인후과 수술에 응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신영동아사이언스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