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공공기관 호봉제 폐지... 철밥통 개혁 더는 후퇴 안 돼

공공기관 호봉제 폐지... 철밥통 개혁 더는 후퇴 안 돼

Posted June. 21, 2018 07:51,   

Updated June. 21, 2018 07:51

ENGLISH

 정부가 19일 연공서열에 따라 급여가 자동으로 오르는 공공기관 호봉제를 전면 폐지하기기로 했다. 대신 자신이 맡은 직무의 난이도나 책임 수준 등에 따라 임금이 책정되는 직무급제로 개편할 방침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공공개혁 일환으로 도입한 성과연봉제를 ‘적폐’로 지목해 폐지한 뒤 이를 대체할 새 임금체계의 방향을 밝힌 것이다. 그간 호봉제는 ‘철밥통’으로 상징되는 공공기관의 무사안일을 낳는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정부가 이제라도 공공기관 비효율의 대명사인 호봉제를 폐지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면서도 호봉제를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정부 출범 직후 개편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6월 각 공공기관이 이사회 의결이나 노사 합의로 자율 결정하라며 성과연봉제를 서둘러 백지화했다. 새 임금체계의 대안도 없이 급하게 폐지를 밀어붙인 결과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던 공공기관 120곳 중 대부분이 호봉제로 회귀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공공기관 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공공개혁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은 혁신이 절실하다. 2016년 기준 332개 공공기관 중 영업이익을 내는 곳은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01곳뿐이다. 부채가 자본의 10배가 넘는 곳도 있다. 그럼에도 직원들은 높은 연봉을 받고 정년이 보장돼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이 같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떠받치는 근간이 생산성이나 경영 실적과는 무관하게 임금이 결정되는 호봉제다. 박근혜 정부 당시 성과연봉제는 이사회 의결만으로 졸속 도입해 뒤탈을 남겼지만 이 바탕에 깔린 공공개혁의 문제의식까지 무위로 돌려서는 안 된다.

 정부가 철밥통을 깨는 개혁안을 관철시키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노조의 반발로 성과연봉제 도입 당시의 논란이 재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진화가 없는 ‘갈라파고스 임금체계’도 손대지 못하면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경쟁력 저하를 막을 수 없다. 이에 대한 부담은 결국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된다. 공공개혁의 첫걸음이 될 호봉제 폐지는 곧 문재인 정부가 노조의 편에 설 것인가, 국민의 편에 설 것인가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