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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률 99.8%

Posted March. 13, 2018 07:54,   

Updated March. 13, 201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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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성 2958, 반대 2, 기권 3, 무효 1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장기집권의 길을 터준 개헌안이 11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3차 회의에서 통과됐다. 찬성률 99.8%. 사실상 만장일치다. 장기집권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인해 반대표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결과는 압도적 찬성이었다. 2004년 개헌안 표결 때(찬성 2863, 반대 10, 기권 17표)의 찬성률 99.1%보다 외려 더 올라갔다.

 ▷표결이 진행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는 26개의 투표함이 설치됐다. 그러나 가림막이 쳐진 비밀 기표소는 없었다. 전인대 대표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투표용지에 찬반을 표기한 뒤 순서에 따라 걸어 나가 투표함에 넣었다. A4용지 크기의 투표용지를 접지 않은 채 그대로 넣어야 했다. 찬반 표기가 주변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실상의 공개투표였다. 시 주석이 투표용지의 찬성에 표기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중국의 최고 권력기구인 전인대는 지역별 조직별 계층별 엘리트들로 구성되어 있다. 총 3000명 이내로 임기는 5년이다. 이들은 대부분 공산당원이다. 그렇기에 중국 공산당 정치국과 중앙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안건을 전인대가 거부한 사례는 없다. 올해 1월 전국적으로 전인대 대표를 선출할 때, 전문성이나 대표성 외에 시 주석에 대한 충성심을 주요 자격 요건으로 따졌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찬성률 99.8%는 필연적인 결과일 뿐이다.

 ▷시 주석이 국가주석에 취임한 2013년 전인대에선 사안에 따라 반대표가 적잖이 나왔다. 정부 예산안에 대해 509표의 반대, 최고인민법원 검찰원의 업무보고에 대해 각각 605표, 485표의 반대가 나왔다. 전인대 대표의 약 5분의 1이 반대한 것이다. 물론 개헌과 같은 주요 사안은 아니었지만 당시엔 “전인대 투표가 달라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시 주석의 권력이 공고해지자 반대표가 다시 실종되었다. 전인대를 ‘거수기’ ‘고무도장’이라 부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