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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깍이 엄마

Posted December. 08, 201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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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동갑내기로 만난 남녀가 6년 연애 끝에 결혼한다. 딸 둘 아들 하나 낳고 알콩달콩 사는 부부에게 마흔 살 되던 해 예상치 못한 축복이 찾아온다. 늦둥이 딸이 생긴 것이다. 남편이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한 아내에게 정말 수고했다고 말했을 때 이런 답이 돌아왔다. 여기까지가 내 몫이고, 이제부터는 네 몫이다.

요즘 보기 드물게 3녀 1남의 다복한 가정을 꾸린 남자 후배가 5년 전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이 기억에 생생하다. 후배의 부인이 던진 통쾌한 한마디도, 불혹의 나이에 출산한 것도 멋지고 대단해 보였다. 이 집은 다둥이 출산이라 그렇다 쳐도 한국 여성의 평균 초산 연령은 30.7세,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탈리아 30.6세, 일본 30.4세 순으로 집계됐고 미국은 28.1세다.

미국생식의학회에 따르면 여성의 최상 가임() 시기는 20대다. 나이가 들수록 임신 확률이나 난자의 질이 떨어져 병원에선 35세 이상 임부를 고령 임신부로 분류한다. 여성의 학력이 높아지고 사회적 진출이 늘어나면서 늦은 결혼과 늦깎이 엄마의 증가로 이어졌다. 양육비 교육비 부담이 커져 출산을 겁내는 점도 무시 못한다. 이 때문에 30대 미만 출산이 2005년 16만3000명에서 2011년 12만6000명으로 줄어든 반면 30대 분만은 20만7000명에서 28만3000명으로 36.3% 증가했다.

41세에 초산을 한 할리우드 스타 핼리 베리는 이 나이에 아이 갖는 게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더 빨리 낳았을 것이라며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낳으라고 권유했다. 한국에서 그게 말처럼 쉬우랴. 어제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2015 일가정양립지표에서 맞벌이 주부의 가사노동 시간은 3시간 14분인 데 비해 남자는 고작 40분이었다. 2006년 이후 저출산 대책에 81조500억 원을 쏟아부었는데도 여전히 워킹맘은 양육 부담에 허덕인다. 대한민국은 언제쯤 산모들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여기까지가 여러분 몫이고, 이제부터는 사회의 몫입니다라고.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