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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 상태로서의 진실

Posted October. 29, 201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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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출신 강용석 변호사와 루머에 휘말렸던 유명 블로거 도도맘이 자신의 실명(김미나)과 얼굴을 공개했다. 그는 여성지와의 인터뷰에서 (강용석은) 남자로는 외모부터가 내 스타일이 아니다는 말로 불륜설을 부인했다. 그는 지난해 홍콩의 호텔 수영장에서 자신이 강 씨를 찍은 사진이 공개되자 조작됐다고 거짓말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각자 다른 이유로 홍콩에 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우연이라는 해명보다 연예인 뺨치는 그의 외모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쉽게 믿어줄 거라고 여기고 그가 인터뷰를 했을 것 같지는 않다. 김 씨는 사람들은 내가 숨어 있다고 생각하고, 숨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륜을 인정하는 것 같아 아니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아니다는 부인()의 말이나 그것이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기대가 아니라 더 이상 숨어 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럼으로써 두 사람 사이에 불륜이 있었고 그래서 여자는 숨어 있는 것이라고 여기던 사람들의 인식에 균열을 가하는 것이다.

진실은 흔히 고체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액체에 가깝다. 많은 진실이 사람들이 공유하는 인식일 뿐이다. 김 씨가 침묵하고 숨어 있으면 불륜은 진실로 굳어져 간다. 김 씨의 전략은 이런 고체화 과정에 개입해 그것을 다시 액체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기 말을 믿어주든 안 믿어주든 보지 않고서야 불륜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어떻게 알겠느냐라는 유동적 상황으로 만들어 놓으면 그것으로 성공한 셈이다.

불륜은 내밀한 것이어서 그것이 범죄로 규정되고 국가가 개입해 증거를 찾아주지 않는다면 불륜으로 확정하기 어렵다. 간통죄가 더 이상 처벌 대상이 아닌 사회에서 많은 불륜은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다시 말해 불륜인지 아닌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로 남게 된다. 남편과 이혼소송 중인 김 씨의 자기 공개는 당당한 것도 뻔뻔한 것도 아니고, 간통죄 폐지 이후의 상황을 주도면밀하게 계산한 것이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