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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미국 가는 정무특보

Posted October. 14, 201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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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유력 차기 대선주자이던 시절 벨기에와 독일을 방문할 때다. 의원들 사이에서 수행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벌어졌다. 그때 기회를 얻었던 3명의 현역 의원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그리고 18대 공천에서 탈락한 심재엽 씨다. 지난해 10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중국 방문 때는 국정감사 기간이었는데도 의원 11명이 동행했다.

하물며 현직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1월 박 대통령의 인도 스위스 방문 수행단에 이학재 정갑윤 의원이 포함되자 64지방선거 인천시장과 울산시장 후보로 두 사람이 결정된 게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았다. 청와대 참모들도 마찬가지다. 2013년 5월 박 대통령의 첫 방미를 앞두고 윤창중 김행 두 대변인 가운데 누가 수행하느냐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대통령정무특보인 새누리당 윤상현 김재원 의원이 이번 박 대통령의 방미에 동행했다. 외교안보특보도 아니고, 국내정치를 담당하는 정무특보 두 의원만 딱 찍어서 수행하니 미묘한 정치적 해석을 낳는 것도 당연하다. 워싱턴까지 비행시간만 13시간이다.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 간 공천 룰을 둘러싼 힘겨루기를 비롯해 내년 총선 작전회의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돈다.

두 특보 중 한 명은 박 대통령이 뉴욕 방문 중 일곱 번이나 만났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접촉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있다. 특히 윤 의원은 김무성 불가론 친박계 대선주자론을 제기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밀어붙이려던 김무성 대표에게 견제구를 날린 바 있다. 기내에서나 워싱턴에서 대통령과 국내정치에 관해 다양한 밑그림을 그릴 두 특보가 귀국하면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대통령 복심()으로서 무게가 한결 더 실릴 것이다. 그럼에도 한 치 빛도 샐 틈 없는 한미동맹의 현안 해결에 집중해야 할 대통령의 방미에 최적의 팀 구성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박 성 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