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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박정부 출범때 무슨 일이, 한중FTA가 1순위...TPP 3순

2013년 박정부 출범때 무슨 일이, 한중FTA가 1순위...TPP 3순

Posted October. 08, 2015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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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타결을 놓고 한국이 실기()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뜨겁다. 정치권과 경제계 일각에선 미국이 여러 차례 합류를 제안했을 때 정부가 중국 등을 의식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TPP에 제때 올라타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때문에 앞으로 추가 가입 때 값비싼 입장료를 내는 일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정책 우선순위의 문제였을 뿐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미국은 2011년부터 여러 경로로 한국의 TPP 참여를 요청했으며 2013년 초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도 참여를 강하게 권유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된 지 얼마 안 됐다는 이유로, 박근혜 정부는 한중 FTA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 말기에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았던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당시 한국은 TPP 참여를 선언한 나라 대부분과 FTA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TPP가 최우선 과제가 아니었다며 한국처럼 가용재원이 적은 나라는 전쟁터를 여러 개 만들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통상문제 전문가들은 한미 FTA를 비준하는 과정에서 광우병 사태를 겪은 이명박 정부의 친미 정책 트라우마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미국의 본격적인 권유가 있었던 때는 정권 인수인계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2013년 초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외교통상부(현 외교부)에 있던 통상조직을 떼어내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 넘기는 정부 조직개편 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통상정책의 변화와 관련한 중요한 결정을 정부가 내리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3년 2월 25일 출범한 박근혜 정부 역시 TPP를 최우선 과제로 두지 않았다. 정권 초에 미국보다는 중국과의 통상에 공을 들였다. 실제 2013년 2월 말 인수위가 내놓은 통상 관련 국정과제에서 1순위는 한중 및 한중일 FTA 추진이었다. 2순위는 중국이 주창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었고 다음이 TPP였다. 2013년 4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 웬디 커틀러 대표보가 다시 한번 TPP 가입을 촉구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에는 미국과 이미 FTA를 체결했고 일본의 TPP 참여가 가시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중 FTA 추진이 우선 과제였다며 만약 우리가 초기에 TPP 가입을 선언했다면 한중 FTA는 성사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통상 관료들에 따르면 당시 정부 내에선 2013년 7월 일본이 공식 참여선언을 했지만 TPP가 단기간에 타결되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FTA에서 실기한 일본이 TPP로 판을 뒤집으려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우리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많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통상흐름의 대세가 여러 나라 간의 메가 FTA로 바뀌는데 한국은 양자 FTA에만 매몰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일대일 FTA에만 신경 쓰다가 정작 큰 판인 다자간 FTA를 놓친 건 통상전략의 패착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실기 논란이 책임론으로 번지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협상력만 떨어뜨릴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인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은 한중 FTA 등을 국회가 조속히 통과시키고 TPP에도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장택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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