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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 '강'의 남북관계 더 부담스러운 쪽은 북이다

'강' 대 '강'의 남북관계 더 부담스러운 쪽은 북이다

Posted August. 25, 2015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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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시작된 남북 고위급 접촉이 공동 보도문을 조율하는 단계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남북은 지뢰 도발에 대한 우리의 사과 요구를 북이 어느 정도 수용하는 대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는 데 큰 틀에선 공감대를 이뤘으나 사과의 문구를 놓고 다시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없으면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북한이 도발 상황을 극대화하고 안보의 위협을 가해도 결코 물러설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에 대화와 안보를 담당하는 남북의 실세들이 각각 두 명씩 나섰다지만 실질적으론 이들에게 훈령을 내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의 간접 협상이다. 박 대통령의 최종 가이드라인을 김정은이 받지 않는 한 절충점은 나오지 않는다. 북과 군사적 긴장이 가파르게 고조된 상태에서 대화로 돌파구를 찾는 것이 좋지만 우리로서는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도 염두에 두고 위기 상황을 관리해나가는 것이 불가피하다.

김관진 대통령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의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 대남 비서가 무박() 3일의 협상을 벌였음에도 타결에 이르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김정은에게 있다. 그는 4일 지뢰 도발과 20일 포격 도발을 일으킨 것에 대해 분명히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는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완강히 거부한 채 오로지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통치 기반이 훼손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만 했다. 과거 도발 때처럼 북은 주체가 애매모호한 유감 표명을 하고, 남측은 그대로 넘어간 비정상을 이번에 받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북은 준전시상태를 지속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국면 전환의 출구를 찾지 못하면 물자의 부족으로 인한 고통과 체제의 피로도가 급속히 가중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대응 태세와 의지를 떠보기 위해 섣불리 도발했다가 빼도 박도 어려운 처지가 된 것을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태로 인해 우리도 주가와 환율이 출렁거리는 경제 불안과 불편함이 작지는 않다. 그렇다고 쉽게 양보하면 북의 도발 버릇을 고칠 수 없다. 남북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경우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쪽은 북이지, 국력이 월등한 우리가 아니다. 차제에 도발과 보상의 악순환을 끊고 남북관계의 비정상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확고한 원칙을 갖고 단호히 대처해나가야 한다. 지금이 세상 모르고 날 뛰는 김정은에게 따끔한 가르침을 줄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