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4대 개혁 강조한 박 대통령, 국민의 공감부터 끌어내야

4대 개혁 강조한 박 대통령, 국민의 공감부터 끌어내야

Posted August. 07, 2015 07:19,   

ENGLISH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노동 공공 교육 금융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을 비롯한 향후 정부의 국정운영 방안을 담은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국민과 이해당사자들을 향해 간곡히 협조를 부탁드린다는 말을 거듭 반복했다. 녹록치 않은 국내외적 경제 환경에도 불구하고 경제 재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4대 개혁이 절실하고,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간곡함과 절실함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박 대통령은 한동안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내수마저 꽁꽁 얼어붙게 한 메르스 사태에 대해 사과는커녕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정부의 초기 방역 실패를 이유로 보건복지부장관을 경질했다면 대통령도 정부를 대표해 사과하고 국민의 마음을 다독여줘야 도리일 것이다. 외국에 비해 유독 우리의 경제 사정이 나쁘고, 이로 인한 청년 실업과 민생고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뭔가를 부탁하기 전에 먼저 송구한 마음부터 표현했어야 한다.

담화 발표의 형식을 빌어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청와대는 당초 출입기자단에 4대 개혁 문제에 국한해 묻는다면 질의응답 시간을 갖겠다고 했으나 기자들 간에 의견 통일이 되지 않아 무산됐다고 한다. 민감한 정치 현안들에 대한 질문이 터져 나올 경우 담화의 취지가 퇴색될 것을 우려했겠지만 대통령이 잘만 대처하면 생동감이 넘치는 소통의 현장이 될 수 있다. 기자들에게 그냥 받아쓰게만 할 요량이라면 무엇 때문에 그 자리에 참석케 했는지 모르겠다. 기자들이 배석한 담화문 낭독은 박 대통령의 소통 부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대통령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서 남들에게 변하라고 주문한다면 공감을 얻기 어렵다.

4대 개혁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처음 제시하고 박 대통령이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거론했다. 어제 대통령은 이 중에서 노동개혁을 가장 앞에 내세웠다. 그러나 올 4월 노사정위원회가 결렬된 후 대통령은 국무회의와 여당 지도부와의 회동을 통해 지시하고 강의한 것 외에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다.

임금피크제만 해도 민간에서는 30대 대기업의 절반 정도가 노사협상을 통해 도입했다. 그러나 정작 공공기관에서는 316개 가운데 고작 11개 기관만이 도입했을 뿐이다. 대통령은 이제야 금년 중으로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하겠다고 했다. 또한 공무원과 공기업 근로자들은 일을 못해도 해고의 걱정 없이 철밥통을 유지하고 있는데 민간 기업더러 능력과 성과에 따라 채용과 임금이 결정되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갖추라고 말할 수 있는가.

박 대통령은 공공기관의 부채 감축과 방만 경영을 개선해 공공부문 전체 수지가 7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고 했지만 경영 합리화보다 알짜 부동산과 해외 자산 매각을 통해 달성한 흑자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공공기관들은 엄청난 부채에도 불구하고 성과급 잔치까지 벌였다. 사실과 다른 것을 성과로 내세우니 현실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 정부가 강제하기 어려운 민간 부문의 개혁을 추동하려면 정부나 공공부문이 먼저 희생을 감수하는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는 노동개혁안을 내놓기 전에 먼저 향후 5년간 약 21조 원의 복지 예산과 각 부처 예산의 40% 축소, 공무원 10만 명 감축, 공무원 임금 상승률이 연간 1% 이내로 동결을 약속했다. 브라질은 아예 정부 조직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한국은 공공부문 기관장을 정권의 전리품 정도로 여기는 낙하산 인사 관행을 그대로 두고 개혁이 가능할 지도 의문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비롯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는 것은 야당 책임도 크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은 직접 나서서 수십 번이고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런 노력을 진심을 담아 지속하면 국민을 움직이고 결국 야당을 움직이는 추동력이 될 수가 있다.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국정이고 정치다. 박 대통령이 4대개혁에 성공하려면 자기희생과 솔선수범, 자기반성으로 국민에게 진정성을 보이고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한 공감과 자발적 협조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