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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막장 싸움에 반기업정서 확산 우려된다

롯데가 막장 싸움에 반기업정서 확산 우려된다

Posted August. 04, 201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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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에서 입국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신 회장은 공항 입국장에서 사태가 빨리 해결되고 국내외의 기업들을 정상화하고 발전시키는 게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공개한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 명의의 신동빈 해임 명령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며 정면 대응할 뜻을 분명히 했다.

롯데 경영권을 둘러싼 대주주 일가()의 분쟁이 갈수록 진흙탕 싸움으로 치달으면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둘째 아들 신동빈을 한국 롯데 회장으로 임명한 적이 없고 용서도 할 수 없다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영상을 촬영해 방송사들에 전달했다. 신동빈 회장 측은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고령의 부친을 이용해 과도한 여론몰이를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기업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롯데가()의 다툼은 저질 폭로전과 언론 플레이까지 겹쳐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롯데 주식도 거의 없는 오너가의 친척들이 이권에 얽혀 편을 갈라 싸우는 것도 볼썽사납다. 2011년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을 회장으로 직접 임명했던 신격호 총괄회장이 동영상에서 명백히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말한 것은 건강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는 95%의 매출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했지만 재계서열 5위인 한국 롯데의 경영권 운명이 일본 주주들의 손에 의해 결정되는 현실은 당혹스럽다. 다만 지배구조 문제와는 별개로 롯데가 한국에서 많은 세금을 내고 일자리를 만든 점을 외면하고 국수주의적 분위기로 흐르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경영권 분쟁 초기 반짝 상승세를 보였던 롯데 계열사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보였다. 분쟁이 길어지면 롯데의 기업신용등급도 낮아질 가능성이 커 오너 리스크 때문에 기업가치도 추락할 수 있다. 재계 전체가 반()기업 정서가 확산될까봐 걱정스러운 눈길로 롯데가를 바라보는 형편이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영향이 큰 대기업들이 이번 사태의 여파로 위축되면 경기를 더 얼어붙게 만들 우려도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거나 재벌 개혁문제까지 거론하는 판이다. 외부에서 롯데를 개혁하겠다는 말이 나올 지경에 이른 데는 결국 두 형제의 책임이 크다. 롯데그룹의 경영권은 상법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두 형제도 더는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