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소비 않고 저축률만 높아지면 잃어버린 20년 전철 밟는다

소비 않고 저축률만 높아지면 잃어버린 20년 전철 밟는다

Posted June. 24, 2015 07:20,   

ENGLISH

국민총처분가능소득(GNDI)에서 소비하지 않고 남은 소득의 비율인 총저축률이 올해 1분기 36.5%로 집계됐다. 실제로 은행에 저축한 돈이 소득의 36.5%라는 뜻이 아니라 총소득이 백만 원이라면 36만 원 정도는 안 쓰고 남겨둔다는 얘기다. 1분기 기준만 보면 1998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고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이 지갑을 열지 않고 통장에 넣어두는 는 현실을 보여주는 통계다.

한국의 총저축률은 1988년 41.7%까지 높아진 뒤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3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상승세로 돌아섰다. 돈이 있어도 마음 놓고 쓰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 침체 장기화에 소득 증가율 둔화, 가계부채 증가와 전세값 상승, 그리고 노후 대비의 필요성 때문이다. 국민연금도 노후를 의존하기에 넉넉한 금액이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은퇴 후 생존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를 예상한 대부분의 연령층에서 노후 대비를 위해 소비성향을 낮추는 추세라며 현재의 중장년층이 노인이 될 시점에는 내수가 더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1990년대 초반 거품경제가 무너지면서 시작된 잃어버린 20년 시기에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한국의 총저축률이 높아지는 것도 1960년대 이후 고도성장 때는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고 여겼던 한국인들이 이젠 자식 세대가 우리 세대보다 잘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한다.

높은 저축률은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선 투자자금 마련에 도움 돼 긍정적인 효과가 컸다. 그러나 경제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지면 저축률 상승을 반길 수만은 없다.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면 내수가 침체하고 경제활동이 위축돼 총체적 불황에 빠지게 되는 저축의 역설 때문이다.

최근 메르스 파문까지 겹치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더 가라않고 있다. 대한상의 회장단이 그제 긴급 회동해 국내 휴가 장려, 지역 특산물 선물하기 같은 소비 진작 운동에 나섰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부작용을 무릅쓰고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내수 침체를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민관()이 힘을 합쳐 성장의 불씨를 다시 살리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