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북에선 남 도울 줄 몰랐는데.. 도시락 건넬 때마다 마음도 따뜻

북에선 남 도울 줄 몰랐는데.. 도시락 건넬 때마다 마음도 따뜻

Posted April. 01, 2015 07:11,   

ENGLISH

나흘간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하고 그 이후의 나흘은 오후 7시부터 오전 7시까지 일한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는 것이 산부인과에서 일하는 탈북민 간호조무사 김옥화 씨(42서울 봉천동사진)의 일과다.

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일하는 나흘의 낮 생활은 남들과 사뭇 다르다. 퇴근해 집에 돌아온 뒤 제대로 쉴 틈도 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인근 YWCA복지관에서 홀몸노인들을 돕는 봉사활동에 나선다. 그가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9년 어느 날이었다.

2008년 한국에 왔습니다. 간호사 준비를 위해 공부하던 시절, 제가 살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도시락을 나르는 젊은 대학생들을 만났어요. 도시락 회사에 근무하는 줄 알았죠.

그게 아니었다. 그들은 아파트의 홀몸노인들에게 도시락을 전해 주는 봉사를 하고 있었다. 김 씨가 회사처럼 면접을 보고 들어가야 할 수 있는 일이냐고 물었더니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즈음 거리에서 연탄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도 봤다. 자신의 정착을 도왔던 도우미들도 봉사자였다.

아, 나도 그들처럼 남을 돕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2010년 간호조무사로 취직한 뒤 한참을 바쁘게 지내던 그는 2013년 10월부터 봉사활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때부터 꾸준하게 홀몸노인들을 위한 반찬을 만들고 도시락을 배달하는 봉사를 해 오고 있다. 체력이 감당하기 힘들 때도 많다는 김 씨. 격무로 힘들 텐데 왜 봉사를 하느냐고 물었다.

북한에서는 회계 일을 했어요. 먹고살기 바쁘니 남을 도울 줄 몰랐죠. 지금은 피곤에 몸이 절어요. 하지만 냉방에서 병으로 고생하는 어르신들의 손이 제가 건넨 따끈한 도시락으로 따뜻해질 때면 저도 같이 행복해집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