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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해외파견 근로자 임금 90% 착취

Posted March. 10, 2015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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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주지 않고 종이에다 수표(서명)만 해요. 집에 갈 때 주겠다. 근데 안 줘요. 일은 너무나도 힘들게 하고 돈은 주지도 않지.(탈북자 A 씨, 30대 초반, 2007년 쿠웨이트에 2년간 파견돼 도시건설근로자로 노동)

노동자 한 사람이 100m 높이에서 떨어져 죽어 쿠웨이트에서 배상금이 나왔습니다. 5만10만 쿠웨이트디나르(약 1억8800만3억7600만 원)인가. 본인 집에 간 거는 224만 원인가 갔다는 겁니다. 야, 사람이 더럽게도 살지. 죽은 사람한테 나온 거를 떼먹나.(탈북자 B 씨, 30대 초반, 2010년에 쿠웨이트에 2년간 파견돼 건설근로자로 노동)

사단법인 북한인권정보센터가 10일 북한 해외 노동자 현황과 인권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외에 파견된 경험이 있는 탈북자와 파견 업무를 담당했던 탈북자 등 모두 20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보고서에는 이처럼 근로자의 사망 위로금까지 북한 당국이 가로챘다는 증언도 나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전 세계 16개국에 5만6만 명의 근로자를 파견해 매년 12억23억 달러(약 1조3400억2조5800억 원)를 벌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정작 세계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은 하루 최대 18시간 일하는 열악한 노동 환경에 노출됐고, 임금의 약 90%를 북한 당국에 뺏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근로자가 파견된 국가의 현지 북한 대표부는 근로자가 받는 임금의 70%를 가져간다. 근로자들은 나머지를 현지 화폐로 받지만 그나마도 임금의 1020%를 당 자금, 충성 혁명자금 등으로 북한 당국에 바쳐야 한다. 숙박료 식비를 내고 나면 자신이 번 임금의 10% 정도만 손에 쥘 수 있다는 것. 보고서는 북한 근로자들이 실제 받는 돈은 평균 월 100달러(약 11만 원)라고 지적했다.

북한 근로자의 해외 파견 담당 업무를 맡았던 탈북자 B 씨는 일하다가 죽은 사람이 많다. 국가가 보상해준 건 아무것도 없다. 철판으로 용접을 해 사람 시체를 넣고 물이 새지 않게 하고 기차로 나온다고 말했다. 옷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근로자들이 쓰레기장에서 버려진 옷을 주워 입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