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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안, 마을 어귀 3중 경비북주민 탈북루트 막혀버려

중공안, 마을 어귀 3중 경비북주민 탈북루트 막혀버려

Posted February. 03, 2015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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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탈영병이 중국 조선족 4명을 살해한 사건(지난해 12월 27일)이 일어난 지 한 달여가 지난 1일 사건의 현장 허룽() 시 난핑() 촌으로 가는 길.

허룽 시내를 벗어나 10분도 지나지 않아 경찰이 친 바리케이드가 보이더니 난핑 촌 근방에서 두 차례 더 검문이 이어졌다.

국도를 빠져나와 마을 진입로로 들어서자 농가 굴뚝 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농가 20여 가구 대부분은 아궁이에 불을 때는 재래식 난방으로 한겨울을 지낸다고 한다. 이날은 영하 17도의 추운 날씨였는데도 연기 나는 굴뚝이 3가구뿐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조선족 살해 사건 이후 주민 상당수가 피신했다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사건 직후 군과 경찰이 진을 치고 난핑 촌 주민들을 불러 사건 경위를 조사하던 마을 입구의 양로원에는 군경과 순찰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겉보기엔 조용했지만 밑바닥 민심은 정부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사건 희생자 유족들을 잘 알고 있는 소식통들은 유족들이 장례비는 물론이고 시신 부검 비용까지 냈다며 중국 정부가 북한에 배상을 요구했으니 (배상금 지급은) 기다려 보자고 유족에게 알렸지만 이를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양로원 주변을 지나던 한 주민은 중국이 주민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북한에 대해 강하게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책임 추궁에) 북한이 이 사건 탈영병이 소속된 청진 주둔 27여단장과 무산군 대대장을 비롯해 국경 수비 부대의 지휘관들을 줄줄이 처벌하거나 제대시켰다는 소문을 들었다고도 했다. 앞서 NK데일리 등 북한 전문 매체들은 지난달 이 사건이 외교문제로 비화할 조짐이 일자 북한이 국경 경비의 책임을 물어 평양의 경비총국장(상장)까지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 달 전과는 달리 집집마다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해 길에서 만난 주민에게 물어보니 우리도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탓에 너도나도 개 한두 마리씩 보초를 세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탈북자들을 호의적으로 대해줬지만 지금은 공포에 떨며 넌더리를 친다며 분노와 공포가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이 사건으로 숨진 허모 씨 집에도 들러보았으나 대문이 꼭 닫힌 채 집은 비어 있었다. 허 씨는 이 집 마당에서, 그의 부인은 부엌에서 북한군 병사가 쏜 총에 맞고 숨졌다. 허 씨 집 대문 옆 전봇대에는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자 민가에 빨간색 변방부대 깃발이 보였다. 살해범인 북한 탈영병이 이 마을에 들어와 처음 들렀던 차모 씨의 집이었다. 당시 병사에게 100위안(약 1만7000원)을 빼앗겼던 차 씨는 사건 이후 집을 떠났으며 지금도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 씨 집 밖에 오토바이 2대와 군용차 1대가 서 있어 이유를 물었더니 아예 중국 군인들이 머물고 있었다. 난핑 촌 촌장 집에도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듯 3색 경광등이 달려 있었다. 주민들은 경광등은 밤에도 항상 번쩍인다며 오랜 터전이라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을 뿐이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허룽=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