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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으려다 화키운 무리수 대한항공

Posted December. 16, 201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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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사태로 키웠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지 일주일이 지났다. 당초 한진그룹 오너 3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일탈 정도로 끝났을 사고는 이제 사법처리까지 받아야 하는 엄중한 상황이 됐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진 가장 큰 원인은 대한항공 측이 자신들의 논리로만 이번 일을 보려 했기 때문으로 본다. 대중이 조 전 부사장의 갑의 횡포에 분노할 때 대한항공은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고 사과했다. 사태 수습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셈이다.

대한항공은 초기 상황에 대한 오판뿐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에서도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사과문 발표와 보직 사퇴 등의 대책이 나왔지만 회사의 공식창구인 홍보팀마저 내용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했다. 오너를 둘러싼 일부 가신그룹들이 결정한 내용을 거수기처럼 대중에게 전달하는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탓이다.

대중은 분노했다. 평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하루 평균 300여 건에 불과했던 대한항공에 대한 언급은 사건이 불거진 이후 최대 1만 건 가깝게 폭증했다. 사태를 보는 회사 측의 시각과 사과의 진정성마저 대중은 공감할 수 없었다.

위기관리기업인 에이케이스의 유민영 대표는 한국의 리더십이 기존의 수직적인 팔로 미에서 수평적인 구조로 바뀌어야 할 시점에 왔다며 리더십의 변화와 함께 진정성을 갖고 소통할 수 있어야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