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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민망한 추문

Posted September. 15, 2014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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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한 골프장에서 여성 경기진행요원(캐디)를 성희롱한 혐의로 구설수에 올랐다. 피해자는 박 전 의장이 신체 일부를 만지며 수차례 성희롱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손녀 같아서 귀엽다는 표시는 했지만 정도를 넘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다. 그러나 성희롱이나 성추행은 가해자의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라 피해자의 생각이 첫 번째 고려 요소다. 부산고등검사장 출신인 박 전 의장은 정계에 입문해 6선 의원을 지내고 한나라당 대표와 국회의장까지 지냈다. 비록 정치 현업을 떠났다고는 하나 집권여당의 대표와 입법부의 수장까지 지낸 정치인이 입에 올리기에도 민망한 추문에 휩싸인 것은 유감스럽다.

피해 여성과 박 전 의장의 변소를 종합해보면 성희롱과 성추행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듯 싶다. 과거에는 돈 있고 권세 있는 남자들이 서비스산업의 여성 직원들에게 그런 정도의 손버릇이나 지분거림을 하더라도 통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고 과거 기준으로 보더라도 정도가 지나쳤다. 희롱하는 사람은 장난삼아 그랬다고 착각할지 모르겠으나 당하는 처지에서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여겼기에 경찰에 고소까지 했을 것이다.

과거에는 그러려니 하는 관행으로 넘겨버리던 일들이 지금은 문제가 되는 세상이다. 그는 국회의장 재임 당시엔 2008년 한나라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소속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사실이 드러나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그 시절에는 돈봉투를 돌리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거의 관행이 지금은 범죄가 되고 그도 이에 따른 형사처벌을 받았다.

윤창중 전 청와대대변인은 주미 한국대사관의 여대생 인턴을 성추행했다가 현지에서 직위 해제됐다. 윤 전 대변인은 처음에 성추행을 완강히 부인했으나 사실로 확인돼 더 큰 망신을 당했다. 잘못을 했으면 솔직히 시인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그나마 망신을 줄이는 방법이다. 더욱이 피해자는 가해자가 전직 국회의장인 줄도 몰랐다지 않은가. 고위 공직을 지낸 사람은 현직 때는 물론이거니와 물러나서도 몸가짐이 흐트러지면 타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손가락질을 받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