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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원장 내세운 사무장 병원 집중단속

Posted May. 31, 2014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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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강화된 현행 요양병원 안전기준이 병원 현장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사용이 불가능한데도 규정만 지키기 위해 안전설비를 형식적으로 설치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서류상으로만 관리 감독하지 말고 실제 현장점검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무용지물 되어 버린 안전기준

29일 본보 취재진이 찾은 서울 영등포구 A요양병원.

소방방재청의 피난기구의 화재안전기준 고시는 의료시설의 경우 각층 바닥면적 500m마다 피난기구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층별로 설치해야 하는 피난기구도 다르다. 410층의 경우 구조대, 피난용 트랩, 승강식 피난기 등을 설치해야 한다.

A요양병원의 경우 비상용 피난기구로 구조대를 갖추고 있었다. 구조대는 밑이 트여 있는 자루 형태의 긴 부대로, 화재 시 건물 위층에 있는 사람이 속을 통해 미끄러져 내려오는 방식으로 대피하는 기구다. 당연히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크기의 창문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A요양병원의 경우 사용이 불가능했다. 거의 대부분의 창문이 미닫이식이 아닌 환기용으로 일부만 밀어서 여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빠져나갈 수 없는 창문에 구조대만 있는 셈. 구조대를 제작하는 업체 관계자는 구조대는 보통 창문이나 옥상에 설치해 사용한다며 사람이 통과할 수 없는 창문에서 구조대를 사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A요양병원뿐만이 아니다. 상당수 요양병원의 창문이 A요양병원 같은 형태이기 때문이다. 환자들의 자살이나 낙상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장은 자살을 시도하려는 환자들이 종종 있어 어쩔 수 없이 작은 창문이나 전부 열리지 않는 창문을 설치한다며 실제로 과거 한 요양병원에서 자녀들에게 부담주기 싫다며 뛰어내려 자살한 노인도 있었다고 말했다. 피난사다리, 피난밧줄을 갖추고 있는 요양병원은 많았지만 같은 이유로 사실상 사용이 어려웠다.

층간 경사로, 안전손잡이 등도 마찬가지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은 요양병원들이 층간 경사로를 설치하고, 바닥 턱을 제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동작구 B요양병원의 경우 비상구에 냉장고가 들어서 있어 이동이 어려웠다. 비상탈출구가 물건 등으로 막혀 있는 셈이다.

또 법에서 규정한 대로 상당수 요양병원이 복도, 계단, 화장실, 욕실 등에 안전손잡이를 설치했지만 실제로는 이용이 어려운 곳이 많았다. 안전손잡이 앞에 휠체어, 재활기구 등 각종 물건을 쌓아 놓은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간병인은 안전교육 대상서 빠져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을 통해 요양병원의 안전관리를 점검하고 있다.

인증 항목에는 요양병원 직원들에 대한 안전교육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교육 대상에 간병인은 빠져 있는 상태. 요양병원에서 의사 간호사 행정직원보다 수가 가장 많은 직종이 간병인이다. 간병인은 정식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교육에서 제외한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서울 동작구 C요양병원의 경우 환자 40여 명에 간호사는 오전에 3명, 오후에 2명뿐이었다. 그 대신 실마다 간병인들이 환자들을 돌본다. 화재가 발생할 경우 간병인들의 도움이 필수적이지만 정작 이들은 전혀 안전관리 교육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양병원에는 거동이 불편한 장기 입원환자가 많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타인의 도움 없이는 빠져나갈 수 없다며 사고가 나면 어떻게 대피할지 환자 입장에서 세심하게 설계하고 관리운영 규칙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샘물 evey@donga.com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