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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 합병, 포털 체질 개선으로 이어져야

다음-카카오 합병, 포털 체질 개선으로 이어져야

Posted May. 27, 201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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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위 포털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과 1위 모바일메신저업체 카카오가 합병해 다음카카오를 출범시킨다. 다음의 시가총액은 약 1조 원, 비상장 기업인 카카오의 장외 시장가치는 2조3500억 원으로 한국 정보기술(IT)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합병이다. 네이버가 독주하고 있는 포털과 모바일 시장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995년 설립된 다음은 한메일 카페 미디어다음 검색 등으로 한때 국내 인터넷 시장의 흐름을 주도했으나 최근 네이버에 크게 밀렸다. 2006년 세워진 카카오는 2010년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이 히트하면서 모바일 시대 플랫폼의 강자가 됐지만 게임 사업과 해외시장 진출 부진으로 고심했다. 합병을 통해 다음은 카카오의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을, 카카오는 다음의 콘텐츠와 광고네트워크 등 비즈니스 노하우를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번 합병은 형식상으로는 상장기업인 다음이 비상장사인 카카오를 흡수 합병하는 것이지만 기업 가치로 보면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하는 성격이 짙다. 예정대로 10월 출범하면 다음카카오의 최대 주주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되고 현재 다음의 최대 주주인 이재웅 전 대표의 영향력은 줄어든다. IT산업에서 모바일이 PC 인터넷을 먹은 상징적인 사건인 셈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다음과 카카오 합병의 파급 효과가 크겠지만 글로벌 성장 동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다음카카오와 네이버의 과점 체제가 한국의 IT업계나 소비자들에게 꼭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는 보장도 없다. 다음카카오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국내 양대 포털업체인 네이버와 다음은 지금까지 포털 권력을 이용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고, 언론 흉내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웠다. 이번 64 지방선거를 둘러싸고도 네이버와 다음이 특정 정파나 정치인에 유리하거나 불리하도록 뉴스 편집을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이 몸집 불리기에만 그치고 왜곡된 포털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몇몇 대주주의 재산이 늘어나는 것 말고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혹평이 나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