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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예고됐던 빈손유병언 도주할 시간만 벌어줘

검찰 예고됐던 빈손유병언 도주할 시간만 벌어줘

Posted May. 22, 2014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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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지 한 달여 만인 21일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 진입했지만 유 전 회장과 장남 대균 씨는 찾지 못했다.

수사 한 달 만에 빈 집 수색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이날 낮 12시경 금수원 정문을 열어준 신도들 사이로 수사관 70여 명을 투입해 유 전 회장의 구인장과 장남 대균 씨의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수사관들은 전체 규모가 46만m인 금수원을 구석구석 수색했지만 유 전 회장이 이미 금수원을 떠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오전 7시경부터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기동대 500여 명은 금수원 외곽을 2중으로 둘러싸고 외부인 출입을 막고 도주자를 감시했다.

검찰은 전날 유 전 회장이 금수원을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히고도 구인장과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강행한 이유를 유 전 회장 일가의 도피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고 추적에 필요한 단서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진입을 미루다가 유 전 회장 일가가 도주할 시간을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검거 못지않게 (물리적 충돌로 인한) 불상사를 피하는 것도 중요했다며 전국에서 (유 전 회장 일가의 행방과 관련된) 제보가 들어오고 있고 다양한 채널이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지검은 전국 검찰청과 정보를 공유하며 유 전 회장 일가의 행방을 추적할 계획이다.

구원파 모세의 기적처럼 비켜주자

전날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가 오대양 집단 자살 사건과 무관하다는 것을 공식 확인해 달라고 검찰에 요구한 데 이어 21일 오전 8시까지도 검찰 진입을 몸으로 막겠다던 신도들은 검찰 진입 직전 입장을 바꿨다. 이태종 임시대변인은 오전 11시경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로부터 우리가 원했던 내용을 공문으로 확인받았다며 유 전 회장 일가의 인간 방패라는 오해를 받으며 이어온 우리의 투쟁을 끝내고 검찰의 수색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신도들이 누구 맘대로 그런 결정을 했느냐며 이 대변인의 발표에 항의했지만 곧 검찰 차량이 들어오면 모세의 기적처럼 길 터주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를 두고 구원파가 요구안이 관철돼 수색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실제로는 유 전 회장이 금수원을 빠져나갈 때까지 시간을 번 뒤 농성을 해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한편 유 전 회장 일가에게 불만을 품은 시민들의 항의 방문도 끊이지 않았다. 오전 6시경 술에 취한 시민 추모 씨(49)는 자신을 제지하는 신도 이모 씨(52)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욕설을 퍼붓다가 경찰에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오후 12시 경에는 보수단체 애국운동연합 회원 2명이 유 씨 일가를 철저히 수사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했지만 금수원 주위를 둘러싼 경찰에 막혀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안성=조건희 becom@donga.com

곽도영김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