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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탕 업무보고 진돗개 정신이 안보인다

Posted February. 19, 2014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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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각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지난해와 달라진 것이 없거나, 시급한 현안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창 동력을 받아야 할 집권 2년차의 업무보고라고 하기엔 재탕과 공허한 구호가 많다는 지적이다.

17개 정부 중앙부처는 5일부터 박근혜 대통령에게 2014년 업무보고를 진행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업무보고를 마친 12개 부처의 보고 내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업무보고와 대동소이하거나 오히려 후퇴한 정책이 많았다. 박 대통령이 업무보고 첫날 진도개는 한 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길 때까지 안 놓는다고 한다면서 진도개 정신을 강조했지만 업무보고 수준은 이에 못 미친 셈이다.

지난해 업무보고 내용을 반복한 정책은 대부분 부처에서 공통적으로 쏟아졌다. 집권 1년차 업무보고가 대통령 선거 공약 사항을 구체화한 것임을 감안하면 집권 2년 차가 되도록 대선 공약을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예를 들어 통일부가 올해 보고한 북한인권법 제정을 위한 적극적인 대()국회 협력 추진은 지난해 업무보고 내용인 북한인권법의 조속한 제정 지원과 내용이 거의 같을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이상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는 항목이다. 여성가족부가 가족친화 인증기업을 우대하고 활성화하겠다는 내용 역시 지난해 업무보고와 다르지 않다. 교육부가 핵심 추진과제 중 하나로 보고한 중학교 자유학기제 2016년 전면 시행은 지난해 업무보고는 물론이고 대통령 선거 공약사항에서도 별로 진전된 내용이 없다.

대통령이 제시한 숫자에 급급해 실효성 없는 정책을 남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일학습 병행제를 일반계 고교로 확대한다는 식의 지표 위주 대책을 내놓았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만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뒷받침되지 않았다.

부처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목표치도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았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33개 병원에서 실시 중인 포괄간호서비스(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2017년까지 지방병원의 7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간호인력 확충 방안이 없어 비현실적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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