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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유사시 미병력 69만명 투입 북도발 승산 없어

한반도 유사시 미병력 69만명 투입 북도발 승산 없어

Posted February. 14, 20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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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졸브가 뭐길래.

북한이 12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핑계로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리졸브(Key Resolve)의 연기를 요구한 것은 예견됐던 일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말했다. 키리졸브를 남북화해의 장애물로 낙인찍는 효과를 거둬 향후 연습 중단 촉구로 이어가겠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키리졸브 일정과 이틀(24, 25일) 겹치게 한 저의를 명백히 드러냈다고 말했다. 북한의 속셈과 키리졸브에 대한 궁금증을 질의응답(Q&A) 방식으로 정리했다.

Q: 북한은 왜 키리졸브 중단에 매달리나.

A: 한미동맹의 상징성과 가공할 위력 때문이다. 중요한, 핵심적 결의라는 뜻의 키리졸브 는 북한의 전면 남침 시 한미연합 작전계획(OPLAN)에 따라 미 증원전력의 전개 절차를 점검하는 군사훈련으로 미국의 한국 방어공약 중 핵심이다. 2012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되는 미 증원전력은 육해공군, 해병대를 합쳐 병력 69만 명, 함정 160여 척, 항공기 2000여 대에 달한다. 북한은 미 증원전력을 차단하지 않고선 어떤 도발도 승산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화전()양면 전술을 총동원해 키리졸브 무력화에 다걸기(올인)해왔다. 지난해에는 정전협정 백지화를 일방 선언하는 한편 제2 조선전쟁도 불사하겠다며 막가파식 협박을 했다.

Q: 키리졸브의 주요 내용은.

A: 대북 전면전이 발발하면 주일미군과 괌 기지, 미국 본토의 병력과 전투기, 핵잠수함 등 주요 전력을 신속히 한국으로 배치해 전장에 투입하는 내용이다. 여기엔 일본 내 기지에서 출격 20분 만에 평양지역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F-22 스텔스 전투기와 전쟁 발발 2472시간 내 한반도에 투입되는 미 해병전력도 포함된다. 아울러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한 미국 핵우산(nuclear umbrella) 전력의 작동절차도 점검한다. 지난해 키리졸브 땐 핵우산 전력인 B-2 스텔스 폭격기와 B-52 전략폭격기가 날아와 무력시위를 했다. 북한이 핵공격을 하면 몇십 배의 핵 보복을 당할 수 있다고 북한 수뇌부에 경고한 것이다.

Q. 예년과 비교한 올해 키리졸브의 특징은.

A: 지난해 한미 양국이 합의한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이 처음 적용된다. 북 국지도발 시 한국군이 보복 응징을 하고, 미군이 후속전력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가령 북한이 서북도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겨냥해 대량 포격을 감행할 경우 한국군이 K-9 자주포와 전투기 등으로 즉각 도발원점과 지원지휘세력을 격파하고, 이어 주한미군의 아파치 공격헬기와 F-16 전투기 등도 응징작전에 가세한다. 미군 지원 전력에는 주일미군과 태평양사령부 전력까지 포함된다. 군 당국은 북의 30여 개 도발 유형별 전력 동원 및 보복응징 규모 등 작전계획 전반을 점검할 방침이다. 또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응해 한미가 지난해 공동 수립한 맞춤형 억제전략도 처음 적용된다. 맞춤형 억제전략은 전평시 북한의 다양한 핵위협과 도발 시나리오에 따른 외교 군사적 대응책을 담고 있다.

Q. 북이 가장 두려워하는 연습 내용은 무엇인가.

A. 키리졸브에 이은 독수리연습 기간에 실시되는 한미 연합상륙훈련이다. 3월 말 한미 해병대 1만여 명과 오스프리(MV-22) 수직이착륙기 등 양국군 상륙 전력이 총출동해 경북 포항시 일대에서 진행한다. 북 전면남침 시 한미 해병대가 반격 작전의 일환으로 동서해안에 상륙해 평양원산 이남 축선을 차단하고 최단 시간 내 평양을 공략하는 시나리오다. 이와 함께 주한 미8군 내 설치된 북핵 제거 전담 조직의 모의 전술훈련도 북한엔 경계대상이다. 유사시 영변 핵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 등 북한 전역의 핵시설을 장악하고, 핵물질을 확보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Q: 키리졸브에 참가하는 미군 전력의 경제적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

A: 미군 참가 전력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30조 원 이상으로 한국의 올해 국방예산(약 35조7000억 원)에 맞먹는 규모다. 북한은 재래식 전력으로 이에 도저히 맞설 수 없다고 보고, 핵 개발에 매달리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의 핵개발은 체제 유지의 수단일 뿐 아니라 유사시 미군 전력의 열세를 일거에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