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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에서 실종된 차기 겨울올림픽 개최국의 외교

소치에서 실종된 차기 겨울올림픽 개최국의 외교

Posted February. 11, 201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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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소치 겨울올림픽 불참에 대해 올해 정부 업무보고를 비롯해 국내외 업무가 많이 밀려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도 잡혀 있어서 부득이 방문하지 못했다고 어제 해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긴밀한 정상외교를 펼치는 동안 박 대통령은 뭘 했느냐는 눈총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4년 뒤 평창에서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박 대통령이 소치에 갔더라면 차기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각국의 협조 부탁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소치 개회식엔 세계 각국에서 60여 명의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 정상들이 불참하는 바람에 참석자들은 더 깍듯한 대접과 주목을 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미래세대에게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저지른 심각한 범죄들을 가르쳐야 한다며 중국 편에 섰다. 쿠릴 열도 4개 섬의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의 아베 총리에겐 문제를 빨리 해결해 평화협정을 맺자고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청와대 내에선 지난해 한러 정상회담이 두 차례 열린 것을 들어 왜 우리만 빠졌냐고 하는 건 사대주의적 발상 같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니 안타깝다.

올림픽은 선수들이 피를 말리는 경쟁을 벌이는 한켠에선 뜨거운 외교전이 벌어지는 무대다. 이번 대회 출전권을 따내지 못한 북한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보내 푸틴 대통령, 시 주석을 면담했다. 동북아의 역사 영토 주권 문제 등을 놓고 관련국들이 외교력을 집중한 자리에 한국만 빠졌다. 공교롭게도 이건희 IOC 위원이 불참했고, 문대성 IOC 선수위원만 참석해 스포츠 외교무대에서도 한국의 존재감이 미미했다.

2008년 8월 중국 베이징 올림픽 때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개회식에 참석했다. 그 직후인 8월말 후 주석은 서울을 찾아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전략적 협력 파트너 관계를 전면적으로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번에 박 대통령이 직접 가는 게 어려웠다면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이 전 대통령이나 정홍원 총리를 대신 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특사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중국에 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