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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이 과학기술 주목하는 이유

Posted January. 13, 2014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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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중순이면 스위스의 한적한 마을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의 연례총회, 일명 다보스포럼이 열린다. 필자는 2012년 미래기술 글로벌 어젠다카운슬 의장을 맡아 10대 떠오르는 기술을 선정해 발표했었다. 전 세계 경제, 정치, 사회 분야 리더들의 모임인 다보스포럼에서 과학기술을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일이었다. 과학기술은 주로 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지만 지금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다보스포럼도 인정한 것이다.

새해 발표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과 성장 동력에 대한 우려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전후 불과 60여 년 만에 국민소득이 260배, 국내총생산이(GDP)이 거의 500배나 늘어난 우리의 기적 뒤에는 자신을 희생하며 일해 온 산업역군들과 과학기술인들의 노력이 있었음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과학기술이 동력이 되어야 한다.

KAIST 융합연구원에서는 여러 전공의 교수들과 학생들이 모여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연구한다. 이 모습을 보면 큰 희망이 보인다. 칸막이가 없는 실험실에서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융합연구들을 진행 중이다.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변신로봇 제작 기술, 해리포터에 나오는 투명 망토를 만들 수 있는 신물질, 소프트웨어에 감성을 입혀 마치 진짜 책을 보는 것과 같게 만드는 태블릿 소프트웨어, 노화와 연관된 여러 질병들을 치료하는 기술, 미생물로 가솔린을 만드는 기술 등 창의적인 융합연구의 결실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연구를 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많은 젊은 학생들에게 왜 과학기술을 전공하고 싶은가라고 물으면 돌아오는 첫마디는 재미있고 좋아서이다. 그러면서 세계 최초, 혹은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불철주야 연구에 매진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졸업이 다가오면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친구들이 많다. 바늘구멍만큼 들어가기가 힘들어진 교수 및 출연연구소 자리, 한창 일할 나이에 해고당할 것을 걱정해야 하는 회사.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내가 이런 대접을 받으려고 청춘을 바쳐 연구해 왔나?라는 자괴감이 든다고 한다.

젊은 시절 거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연구에 매진한 과학기술인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과학기술인들도 스스로 더 노력하여 기초연구와 응용연구 및 산업화연구에서 의미가 큰 결과들을 만들어 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과학기술에 대한 남다른 깊은 사랑은 잘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관련 예산을 계속 늘려 왔다. 작년 말 대통령과학장학생들을 포함한 미래 과학인재들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격려한 바 있고, 대덕특구 40주년을 기념하여 대덕연구단지와 KAIST를 방문해 과학기술인들을 격려한 바 있다.

그러나 동아일보 기사(1월 8일자 A1면)에 따르면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국과학상 상금이 종전의 5000만 원에서 지난해 3000만 원으로 줄었고, 젊은과학자상 상금도 감소했다고 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영예를 중시하는 과학기술인들이 상금이 줄었다고 불평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과학기술인들이야말로 창조경제의 비전을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만들 사람들이라는 생각으로 국민들과 정책 당국이 그들을 존중하고 제대로 대접해 주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