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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신년사 통해 드러난 북의 답답한 현실

김정은의 신년사 통해 드러난 북의 답답한 현실

Posted January. 02, 2014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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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이 어제 신년사에서 남북 사이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전쟁은 광고를 하지 않는다며 호전성을 보이던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새해를 맞아 북한 지도자가 남북관계를 대결에서 대화로 바꾸겠다는 결심을 했다면 환영할만한 일이다.

김정은은 장성택 처형을 당 안에 배겨있던 종파오물을 제거하는 단호한 조치라고 밝혔다. 집권 2년차에 들어선 북한 지도자가 어수선한 내부 상황을 추스르기 위해 대남() 유화 제스처를 했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남북관계 긴장을 남한 탓으로 돌리는 상투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김정은이 거론한 백해무익한 비방 중상과 화해와 단합에 저해를 주는 일은 바로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끊임없이 시도한 전술이다. 종북소동을 벌이지 말라는 주장은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을 겨냥한 것이지만 북과 무관한 사건이라면 김정은이 함부로 간섭할 일이 아니다.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이 생전 하던 대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신년사를 직접 읽었다. 1만자가 넘는 신년사를 육성()으로 발표했지만 남북 평화를 원한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는 이유를 북한 스스로 잘 알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북한의 변화다.

미국과 남한이 한반도에 핵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위험한 정세를 만들었다는 주장도 전형적인 책임회피다. 북은 이를 수수방관할 수 없어 강력한 자위적 힘으로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을 지켜나가겠다는 핑계로 들린다. 핵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북핵은 자위용이라는 억지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 북한은 지난 해 김정은이 비교적 유화적인 내용의 신년사를 발표한지 1개월 11일 만에 3차 핵실험을 실시해 더욱 심각한 국제적 고립을 자초했다. 북한이 진정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를 원한다면 먼저 핵포기 의사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

석탄과 전력 그리고 농업부문의 역량 강화를 장황하게 언급한 것은 과거 김정일 시대와 다른 면이다. 그만큼 전력난과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김정은의 신년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신년사는 한편으로 절약이 곧 생산이며 애국심의 발현이라고 강조했지만 먹을 것도 없는데 허리띠만 조르라고 하는 북의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