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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늘리려 기업 부담만 키운다

Posted December. 24, 201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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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처들이 내년에 걷을 과징금과 과태료 등의 규모를 올해보다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부처에서 부과하는 과징금 등은 대부분 기업에서 징수하기 때문에 정부의 경제활성화 기조와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동아일보가 23일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경제부처 14곳이 내년 걷겠다고 한 과징금 과태료 징계부과금 등을 모두 합치면 9967억 원으로 1조 원에 육박했다. 이는 올해 7968억 원보다 약 2000억 원(25.1%) 늘어난 것이다.

과징금 등의 증가 폭이 가장 큰 부처는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였다. 공정위는 징수 목표액을 올해 6043억 원에서 6976억 원으로 1000억 원 가까이 높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 간 담합에 대한 과징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내년 목표는 최근 징수 추세 등을 감안해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과징금 등으로 718억 원을 걷겠다고 했던 국세청은 내년 목표치를 두 배 이상으로 늘린 1495억 원으로 잡았다.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등을 활용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과정에서 징수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비슷한 이유에서 관세청도 내년 징수 목표액을 159억 원에서 179억 원으로 12.8% 올렸다. 관세청 관계자는 지하경제 양성화 과정에서 기업들의 불법 외환거래 적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이에 해당하는 과태료 항목을 올해보다 24% 늘렸다고 말했다.

비율로 따졌을 때 가장 많이 올린 곳은 원자력안전위원회다. 원안위의 과태료 등 징수 목표액은 올해 6700만 원에서 내년 3억1200만 원으로 365.7% 늘었다. 원안위 측은 올해 원전비리 때문에 실태조사를 활발하게 하다 보니 과태료 등이 예상보다 많이 걷혔다며 최근 법적 처벌이 강화됐다는 점도 감안해 산정한 액수라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57.7%), 국토교통부(43.5%), 고용노동부(31.9%) 등도 과징금 과태료 등을 30% 이상 올리겠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지금까지 매기지 않던 과태료를 새로 부과하겠다고 했다.

일부 부처는 기획재정부가 밀어붙이는 바람에 목표액을 무리하게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 부처 관계자는 예년보다 징수 목표가 크게 늘어난 것은 기재부 때문이라며 기재부가 세수() 부족 등을 이유로 높은 기준을 제시해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과징금과 과태료를 늘리려면 법을 엄격하게 집행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내년에 기업들이 곤욕을 치를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각 부처가 조사와 단속을 강화하다 보면 기업의 자율적인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과징금 등은 법 위반에 따른 결과인데 사전에 목표를 정하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4개 경제부처 중 과징금이 줄어드는 곳은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3곳에 그쳤다. 그나마 해양부와 농식품부는 축소 폭이 수백만수천만 원으로 미미하다.

기재부가 경제부처의 과징금 예산을 늘리도록 압박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교통범칙금 등으로 과징금 과태료 징수액이 가장 많은 부처 중 하나인 경찰청은 지난해 8987억 원을 걷겠다고 했지만 실적은 5476억 원(60.9%)에 그쳤다. 올해는 약 1조 원을 걷겠다고 했지만 역시 목표 달성이 어려워 연말 단속을 강화하면서 운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결국 경찰청은 2014년 예산안을 짤 때 목표를 현실적으로 잡겠다며 목표액을 8000억 원으로 깎았다. 이 때문에 2000억 원의 수입이 줄어들게 되자 애꿎은 경제부처들에 불똥이 튀었다는 것이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