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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이 K-FOOD에 반했다

Posted November. 06, 201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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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fabulous), 강렬한(gusty), 극적인(dramatic).

4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로어템스 거리의 올드빌링스게이트 전시장에서 2013 한류박람회(KBEE)가 열렸다. CJ 계열의 한식 브랜드 비비고의 부스를 방문한 런더너(런던 시민)들은 육회를 맛보고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육회는 영국인들이 생고기로 만든 스테이크 타르타르를 즐겨 먹는다는 데 착안해 내놓은 메뉴다. 영국의 스테이크 타르타르는 생고기에 머스터드소스를 넣어 다소 강한 맛을 낸다. 반면 한국식 육회는 참기름과 간장소스로 버무려 고소하면서도 감칠맛을 강조한다. 육회를 맛본 케브 오설리번 씨는 짜지도 달지도 않은 이 맛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다. 중독성이 강한 이런 맛은 한국 음식만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가운데 영국인들이 미지의 음식인 한식에 열광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 음식, 이른바 K-푸드(Food)가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미슐랭가이드 2014 유럽판에 소개된 한식당 4곳 중 3곳(비비고와 아사달, 하나)이 런던에 몰려 있다.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는 영국에서 에스닉푸드(Ethnic Food) 시장 규모는 연간 5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갤러리와 엔터테인먼트 회사 등이 밀집한 런던 소호 거리의 비비고 소호점이 영국인의 입맛에 맞는 한국식 요리를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비비고 소호점은 한국의 길거리 음식을 영국식의 고급 요리로 변신시켰다. 순대: 한국식 블랙푸딩(Soondae: Korean Black Fooding)이 대표적이다. 현지에서 브런치로 인기가 높은 블랙푸딩은 소나 돼지, 오리 등의 피로 만든 소시지다. 비비고는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영국인을 위해 순대에 백김치를 얹었다. 심지어 붕어빵도 고급스러운 디저트로 등극했다. 붕어빵을 접시 위에 세운 금붕어(Goldfish)라는 디저트는 단팥 특유의 달콤한 맛에 보는 재미까지 더해 현지인들에게 인기 메뉴로 꼽힌다.

아귀찜(Korean Monkfish)은 해산물을 좋아하는 영국인들이 아귀를 소금구이로 즐겨 먹는다는 점에 착안해 메뉴에 올랐다. 기름을 넣어 굽는 방식이 아니라 기름을 빼는 찜 방식이어서 건강에 관심이 많은 영국인들이 선호한다는 설명.

비비고는 이처럼 독특한 음식을 내놓은 덕분에 기업형 체인 음식점은 배제한다는 미슐랭가이드의 원칙을 깨고 지난해 문을 연 지 1년 만에 미슐랭가이드 본문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박호영 CJ그룹 영국법인장은 세계 유수의 레스토랑도 런던에 처음 문을 연 뒤 전 세계에 매장을 확대하고 있는 등 영국은 한식 전파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며 한식 특유의 중독성과 풍미에 빠진 영국인들이 늘고 있는 만큼 한식에 얽힌 스토리를 잘 풀어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영박물관 인근의 하이홀번가에 위치한 한식당인 김치(Kimchee) 역시 핫 플레이스로 통한다. 300석 규모로 작지 않지만 이곳에서 밥을 먹으려면 대기표에 이름을 올려놓고 3040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메뉴는 김치찌개와 파전, 육회 등으로 다른 한식당과 비슷하지만 현지 한식당이 대부분 고깃집 수준의 인테리어나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반해 깔끔하면서도 모던한 분위기에서 한국식 음식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런던에서 한국의 가공식품도 인기다. 5일에는 현지 1위 유통업체인 테스코가 런던의 뉴몰던 매장 등 50여 개의 매장에서 한국 식품전을 개최한다. 이번이 3회째로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오뚜기와 샘표, 농심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견기업들이 가공식품을 대거 선보인다. 품목도 라면과 카레, 과자, 칼국수 등 150여 종에 이른다. 테스코의 자회사인 홈플러스 관계자는 한국 노래나 영화 등을 접한 영국인들 사이에서 수요가 높다며 한국 식품의 세계화에 기여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2013 KBEE 전시회에서는 한식뿐 아니라 한국식 콘텐츠(K-contents)와 한국 의류(K-fashion), 한국의 뷰티(K-beauty) 등과 관련된 제품도 인기를 끌었다. 이날 전시장 중앙에 마련된 CJ E&M 부스에서는 인기 그룹인 2NE1과 지드래곤, f(x)의 음악이 흘러나오자 현지인들은 기다리기라도 한 듯 춤을 추기도 했다. 또 인기 스타들의 화장법을 배울 수 있는 메이크업 쇼도 이어져 영국 여성들이 한국 화장품의 브랜드와 화장 도구 등을 잇달아 문의했다. 또 코오롱은 친환경 패션 브랜드인 래:코드의 패션쇼를 벌이고 애니메이션 업체인 아이코닉스는 핀란드 방송사와 뽀로로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