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19세기 개성상인 복식부기 완결판 발굴

Posted October. 30, 2013 08:20,   

ENGLISH

19세기 후반부터 25년간 현대식 복식부기로 완벽하게 작성된 개성상인의 회계장부 14권이 발굴됐다. 세계적으로 20세기에 들어서야 현대식 복식부기를 사용했다는 것이 통설이지만 그보다 앞서 개성상인이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이익배당 내용까지 포괄하는 현대식 복식부기를 사용해 합리적 경영을 했음을 증명하는 자료가 나온 것이다.

개성상인의 후손 박영진 씨가 소장한 총 1000여 쪽 분량의 회계장부 14권에는 개성상인 가문이 1887년부터 1912년까지 인삼 재배 및 거래, 목화와 면포 거래, 금융업을 하면서 작성한 회계의 모든 과정이 낱낱이 기록돼 있다. 여기에는 분개장(일기장에 기입한 내용을 원장에 옮기기 전에 대변과 차변으로 나누어 상세히 기입하는 회계장부)부터 총계정원장,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투자자에 대한 이익배당 내용까지 담겨 있다.

이 회계장부는 재산 이동과 손익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현대식 복식부기로 작성돼 있다. 복식부기는 세계적으로 중세시대부터 사용됐다. 중세식 복식부기는 상업활동과 금융활동만을 차변과 대변으로 나누어 기록했다. 하지만 발전을 거듭해 기업활동에서 외부 공개를 목적으로 한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 내부 보고를 목적으로 한 원가관리회계까지 갖춘 현대식 복식부기로 진화했다.

박씨 가문의 회계장부를 연구해온 전성호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한국경제사)는 20세기 이전에 현대식 복식부기로 모든 회계 과정을 기록한 한 기업의 완벽한 실무회계기록은 세계 어디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다며 이 자료를 통해 개성상인이 이미 19세기 말에 서구는 물론이고 중국 일본의 영향을 받지 않은 독자적인 방식으로 체계적인 현대식 관리회계기술을 사용했음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A2면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