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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병호

Posted October. 11, 2013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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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반짝했다면 운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2년 연속이라면 실력으로 인정해야 한다. 넥센의 오른손 거포 박병호(27)가 대한민국 4번 타자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타율 0.290에 31홈런 105타점의 맹활약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박병호는 올 시즌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타율 0.317에 37홈런, 117타점을 기록했다. 현재 분위기라면 2년 연속 MVP가 유력하다.

박병호는 8, 9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도 한국 대표 4번 타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포스트시즌 첫 출전임에도 8일 1차전 1회부터 두산 에이스 니퍼트를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때려냈다. 2차전에서는 초반 3타석에서 무안타에 그쳤지만 8회 볼넷에 이어 연장 10회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2경기 동안 9번 타석에 들어서 5차례나 출루해 출루율은 0.556에 이른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1차전 홈런에 대해 내가 봐도 대단했다. 니퍼트의 공이 워낙 빨라(시속 150km) 타이밍이 좀 늦었다. 그런데 이 공을 힘으로 밀어냈다. 스윙 궤적이 그만큼 좋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대개의 타자들은 공을 앞에서 때려야 홈런이 나온다. 그런데 박병호는 워낙 좋은 스윙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보니 중간이나 뒤에서 때린 공도 홈런으로 만들어낸다. 스윙 스피드와 부드러움을 볼 때 좋았을 때의 이승엽(삼성)과 비슷하다고도 했다. 현대와 삼성 등에서 뛰며 328홈런을 기록한 왕년의 오른손 거포 심정수(은퇴)와의 비교에서도 박병호의 손을 들어줬다.

현역 시절 명타자로 활약했던 해설위원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300홈런 타자인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박병호의 타격을 보면 스윙을 하는 순간 중심을 뒤쪽으로 옮기는 걸 볼 수 있다. 늦었다 싶은 타이밍에서도 제대로 공을 때려내는 이유는 바로 중심이동을 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역 시절 캐넌 히터로 불렸던 김재현 SBS-ESPN 해설위원은 니퍼트를 상대할 때 공을 몇 개 보고난 후 곧바로 짧은 스윙으로 전환하더라. 투수에 따라 리듬감을 찾아가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말했다.

은퇴하기 전 박병호와 함께 넥센에 몸담았던 이숭용 XTM 해설위원은 기술은 말할 것도 없고 성실함에 좋은 마인드까지 갖췄다. 당장 내년부터 40, 50개의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선수다. 심정수는 주로 당겨 치는 스윙으로도 2003년에 53개의 홈런을 쳤다. 밀어서도 홈런을 칠 수 있는 박병호는 더 많은 홈런을 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