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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신상털기 누가 간첩신고 하겠나

Posted September. 04, 2013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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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내란음모 관련 국정원 프락치 수배 사진이란 제목과 함께 한 40대 남성의 사진이 올라왔다. 남성의 사진 밑에는 국정원에 이석기의 RO(혁명조직)를 제보한 당사자란 설명과 함께 그의 학력과 과거 행적이 고스란히 올라왔다. 이 게시물에 대한 누리꾼들의 험악한 댓글도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제보자가 언젠가 변사체로 발견될 것, 이런 X은 죽어 마땅하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렇다면 누리꾼들은 제보자의 신원을 어떻게 이처럼 손쉽게 파악하게 된 것일까. 제보자 신상 털기 전()은 한 진보 언론에서 자세히 보도하면서 일파만파로 퍼졌다. 진보언론의 보도 전날 통합진보당에서 국정원 고발자가 내부에 있다고 밝혔는데 이것에 대한 부연설명을 한 것이다. 이 진보 언론은 통진당의 국정원 내부 고발자 주장을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의 구속영장 내용을 들어 증명했다. 이 구속 영장에는 국정원이 RO(혁명조직) 조직원의 제보에 의해 최초 단서를 포착하게 되었다는 내사 착수 경위가 설명돼 있었던 것. 국정원의 이 같은 행위는 통진당과 진보 언론의 내부 고발자 주장에 대해 확인을 해 준 꼴이 되고 말았다.

한국에는 미국처럼 증인보호프로그램이 아직 없다. 미국에서는 범죄 조직을 적발하고 분식 회계 같은 금융 범죄를 막기 위해 양심선언을 한 내부 고발자에 대한 철저한 보호 시스템을 가동시킨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 삶을 살게 해주는 것은 물론 혹시나 얼굴이 알려져 테러를 당하게 될까 성형까지 해준다. 하지만 이 같은 프로그램이 없는 한국에서는 국정원이 고발자의 신상이 밝혀지지 않게 하기 위해 철저한 노력을 기울어야 했다. 분명 제보자는 극렬 종북세력들의 공격 가능성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국정원 제보자는 이번 수사의 가장 중요한 열쇠다. 신분이 드러나면 수사가 난항을 겪게 될지 모른다. 만약 법정에서 증언할 수 있는 현재의 유일한 증인인 제보자가 종북 세력의 테러에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쳐 법정 증언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닥치면 수사는 오리무중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보 언론과 통진당은 왜 이리 바쁘게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가 아닌 제보자에 초점을 맞췄을까. 기자와 통화한 한 시사 평론가는 통진당과 진보 언론은 제보자 신원 공개를 통해 혹시나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RO조직원들의 입을 모두 봉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한 번 배신자로 낙인찍히면 이렇게 신상이 전국에 알려지고 목숨이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모든 조직원들에게 던진 것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제보자 신상털기 전은 인권을 외치는 진보 진영이 정작 자신들과 반대편에 선 사람의 신원은 만 천하에 공개하면서 한 개인의 인권을 유린한 사태며 제보자의 신원을 철저히 보호해야 하는 국정원이 아마추어적인 보안 능력으로 불을 지핀 결과다. 이런 나라에서 어떤 사람이 무서워서 간첩 신고나 제대로 할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