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열대야와 절전 캠페인

Posted June. 17, 2013 05:32,   

ENGLISH

어린 시절에는 밥을 남기는 게 죄라고 배웠다. 그래서 배가 불러도 북한이나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아이를 생각하며, 또는 농부 아저씨가 흘린 땀을 생각하며 억지로라도 그릇을 비웠다.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밥 몇 술 남긴다고 기아 아동이 더 굶주리지는 않는다. 농업인은 내가 오히려 밥을 남기면서 과소비를 해주길 바랄 것 같다. 음식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알지만 과식과 비만, 그로 인한 성인병 문제도 심각하다.

그런 연유로 식당에서 내가 퍼 담은 것도 아닌 밥과 국까지 다 먹어치워야 한다는 강박은 버리기로 했다. 국산품 애용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태도가 변했다. 세계 8위의 무역대국인 한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242개 국가와 교역해 그중 172개 나라에서 흑자를 올렸다. 수입차를 타고 외제 학용품을 쓰는 사람을 손가락질할 때가 아니라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를 향해 무역불균형을 항의하는 걸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과거 부족한 식량 사정이나 국내 산업의 보호라는 나라 차원의 고민이 있었다는 점도 이해하고, 그런 캠페인 덕에 우리나라가 이 정도로 성장했다고도 본다. 그러나 워낙 캠페인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그 캠페인 속 구호들이 지나치게 개인의 도덕적 의무와 죄책감을 자극해서인지 피곤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의 절전 캠페인도 그렇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14일 장차관과 총리실 간부들에게 부채를 하나씩 돌렸다. 올해 국민절전캠페인의 슬로건은 100W 줄이기! 올여름 착한 바람!이라는데, 부채를 내세워 다양한 절전 운동을 펼친다고 한다. 전력난의 심각성은 알지만, 전기소비량이 에어컨 한 대의 30분의 1인 선풍기조차 쓰지 말란 말인가 싶어 반발심도 생긴다. 우리가 쓰는 전기는 대부분 저장이 되지 않는다. 밤에 전기를 아꼈다고 낮에 전력 상황이 나아지는 건 아니다. 예비전력에 여유가 있는 밤 시간이라면, 열대야를 못 견뎌하는 가족이 있다면, 냉방기기를 잠시 켜는 데 지나친 죄책감을 갖진 말자. 예비전력 상황은 인터넷(www.powersave.or.kr)으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장 강 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