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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부와 야당이 함께 흔든 검찰의 원세훈 수사

권부와 야당이 함께 흔든 검찰의 원세훈 수사

Posted June. 12, 2013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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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정원법과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장 같은 권력기관장이 여당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선거 과정에 개입했다면 불구속 기소로 넘길 사안인지 의문이다.

원 전 원장은 지난해 대선에서 국정원 직원들을 동원해 인터넷 커뮤니티 수십 곳에 수백개의 아이디를 이용해 특정 후보를 지지 혹은 반대하는 댓글 수천 건과 그에 대한 찬반 표시를 올리도록 지시하고 사후 보고까지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가수 은지원씨가 박근혜 대통령과 고 최태민 목사사이에 태어난 아들이라는 허위사실을 자신의 트위터에 10여 차례 올린 혐의로 나모 씨를 구속 기소한 바 있다. 사안의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원 전 원장의 혐의가 나씨보다 가볍다고 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원 전 원장은 불구속 기소 처리한다니 형평성을 잃은 조치다.

검찰은 국정원 압수수색에 이어 관계자 소환조사를 모두 끝내놓고도 원 전 원장 사법처리를 미적댔다. 국정원 수사는 채동욱 검찰총장 체제의 제1호 수사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은 경찰이 국정원 사건을 송치하자 곧바로 원 전 원장을 출국 금지시켰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구속 기소함으로써 땅에 떨어진 위상을 회복할 계기를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에 흠집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에서 제기됐다.

민주당은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지 않도록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느니,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에 전화를 했다느니 확인되지 않은 얘기들을 근거로 정치 공세를 펼치며 검찰을 압박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검찰이 기소 여부에 대한 결정을 밝히기도 전에 황 장관을 상대로 장관해임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수사 중인 검찰을 압박하는 것은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한 불행한 역사는 민주화와 함께 종식돼야 했다. 그럼에도 민주화 이후에도 국정원장들이 줄줄이 도청이나 정치개입과 관련해 사법처리를 당하는 것은 정치권력이 국정원을 정치의 도구로 썼기 때문이다. 원 전 원장에게 특정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이 있었는지, 아니면 종북세력과의 심리전을 벌인다고 한 것이 일탈이나 과잉으로 나타난 것인지는 법원에서 가릴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