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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을 일군 남덕우를 기린다

Posted May. 20, 201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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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역군이자 산 증인인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그제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남 전 총리는 가난 극복과 경제 발전을 필생의 과업으로 삼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전을 실행에 옮긴 한국 경제의 마에스트로였다. 서강대 교수로 재직 중 1969년 박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그는 박정희 정부에서 재무부장관과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으로 9년 2개월 간 일하며 박정희노믹스를 완성했다. 1980년대에는 국무총리와 한국무역협회장을 역임했다.

남 전 총리는 경제 관료로 재임 중 사채 동결, 증권시장 개혁, 부가가치세 도입, 중화학공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중동시장 진출, 부동산 투기 규제와 같은 굵직한 경제개혁 조치를 이끌어냈다. 유럽에서 배운 부가가치세를 1977년 시행해 허약한 세수 기반을 다졌고, 중화학공업 육성의 종자돈인 외자 유치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1975년부터 추진한 중동 진출은 제2차 석유파동을 극복하는 계기가 됐다. 그가 이끈 경제팀의 혜안과 헌신은 세계가 찬사를 보낸 한강의 기적을 일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남 전 총리는 고령에도 2005년 한국선진화포럼을 세워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위한 고언()을 아까지 않았다. 그는 고도성0 과정에서 물가, 부동산 투기, 기업구조 개혁, 국민에 대한 경제교육을 완수하지 못한 점을 뼈아프게 생각했다. 그는 경제 발전에 시동이 걸리면 정부 역할을 시장경제의 자율 기능으로 넘겨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시장경제주의자였다.

1970, 80년대 한강의 기적은 남 전 부총리와 같은 전문 경제관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1세대 기업인, 결단과 추진력을 가진 정치 리더십의 합작품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가 경제팀을 흔들 때마다 정치는 내가 맡을 터이니 당신들은 경제 개발에 전념하라며 힘을 실어줬다. 남 전 총리는 2009년 6개월간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나의 삶 나의 길/경제개발의 길목에서를 끝내며 빈번히 경제장관을 바꾸는 것은 대통령에게 확고한 목적의식이나 경륜이 없거나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말을 남겼다.

올해 경제 성장률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보다 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수출과 내수의 두 날개로 도약하는 새로운 한국 경제를 일으켜 후대에 물려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한국경제가 다시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맨땅에서 경제를 부흥시킨 제2 제3의 남덕우가 나와야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