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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향 제돌이의 눈물

Posted May. 13, 2013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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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5시 30분경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돌고래관 공연장 뒤에 마련된 길이 12m, 폭 6m 규모의 풀 주변에서 10여 명의 사육사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풀 한쪽에는 돌고래 한 마리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내밀고 있었다. 이따금 사육사가 풀 주변을 지날 때만 그쪽으로 다가갈 뿐이었다. 야생방류를 앞둔 제돌이다.

제돌이는 현재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5종의 고래 중 하나인 남방큰돌고래다. 2009년 제주 앞바다에서 잡힌 뒤 지난해까지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 쇼를 했다. 동물보호단체 등의 문제 제기로 지난해 3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돌이의 야생 방류를 결정했다.

몸길이가 소형 자동차 크기 정도인 제돌이는 물 밖으로 꺼내 이동용 도구로 옮기는 것부터 힘들었다. 유미진 서울대공원 동물관리팀장이 제돌이가 자신을 해치려고 생각해 물 밖으로 안나오려 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지만 그동안 공연을 위해 훈련받은 제돌이는 물 위로 올라오라는 신호에 힘껏 올라왔다. 이후 사육사들은 돌고래 몸에 딱 맞도록 만든 작은 수조에 제돌이를 옮긴 뒤 5t 트레일러 차량에 실어 인천공항으로 운송한 뒤 아시아나 특별전세기로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트레일러에 실린 제돌이는 오후 2시 10분경 최종 목적지인 제주 성산항에 도착했다. 서울대공원을 출발한 지 5시간 만이었다.

제돌이는 야생 방류 뒤 자신의 위치를 알려줄 위성추적장치를 등지느러미에 단 뒤 성산항에서 배로 3분 거리에 있는 지름 30m의 가두리양식장에 들어갔다. 이곳에는 이미 한 달 전에 들어와 있던 같은 종의 돌고래 두 마리가 있었다. 제돌이는 다른 돌고래 두 마리에게 접근한 뒤 30분이 채 안 돼 함께 보조를 맞춰 유영을 하는 등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돌이는 이곳에서 활어 사냥 등 보름간의 야생 적응 훈련을 한 뒤 제주도 북부 김녕에 마련된 가두리 양식장으로 옮겨져 최종 적응훈련을 받게 된다. 야생 방류는 이르면 6월 말에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방류의 최종 성공 여부는 동물 행동 연구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와 장수진 연구원은 올해 1월부터 제돌이의 행동을 휴식, 헤엄 등 유형별로 분석해 야생에서의 행동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장이권 교수는 제돌이는 좁은 수조에서 더 넓은 수조로 옮기면 휴식 시간을 줄이고 더 오랜 시간 헤엄을 치는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며 가두리 생활에 잘 적응한 개체는 야생생활 적응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제돌이의 자연 방류 성공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과천제주=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