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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정, 통진당 식 보조금 먹튀도 막아야

선거법 개정, 통진당 식 보조금 먹튀도 막아야

Posted May. 03, 201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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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가 어제 공직선거 관련 제도를 획기적으로 뜯어고치는 방안을 내놓았다. 유권자가 선거의 중심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고 후보자의 선거운동 자유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규제를 풀어 자칫 선거 과열을 초래하고 공정성을 해칠 우려도 없지 않다.

작년 대선에 통합진보당 후보로 등록했다가 중도 사퇴한 이정희 씨의 처신은 우리 선거제도가 안고 있는 불합리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는 1% 안팎의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40%대의 박근혜, 문재인 후보와 나란히 대선후보 TV토론에 참가했다. 그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면서 일방적으로 박 후보를 공격해 토론회의 취지를 변질시켰다. 두 차례의 토론회 후 사퇴했으나 그가 속한 통진당은 선거보조금 27억35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모두가 제도적 허점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그런 점에서 선관위가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는 여론조사 지지율 10% 이하 후보는 배제하고 3차 토론은 지지율 상위 1, 2위 후보만 참여시키겠다는 방안은 옳다. 기왕이면 아예 2차 토론부터 1, 2위 후보에게만 실질적 정책 토론 기회를 주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후보 등록을 한 뒤 중도 사퇴하면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하는 방안이 빠진 것은 문제다. 선거 질서를 어지럽히는 무분별한 후보 단일화나 선거보조금만을 노린 등록과 사퇴는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사전투표의 마감시간을 오후 6시까지 두 시간 연장하고, 인터넷과 우편으로 재외선거인등록을 허용하면서 그것도 한번만 하면 다음 선거에서는 안 해도 되도록 한 것, 언론사 등의 후보자 초청 대담 및 토론회 상시 허용 등은 유권자 배려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예비후보자 등록을 상시 허용한 것은 정치 신인의 진입 장벽을 해소할 수 있다. 선거비용의 수입지출 상황을 선거 후 48시간 안에 공개하도록 한 것은 선거비용 투명화에 기여할 것이다.

유권자가 말 또는 전화통화, 어깨띠 부착, 집이나 승용차에 표시물 부착 등으로 직접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한 것은 다소 걱정스럽다.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표현 자유를 확대하는 것은 좋지만 선거 과열을 초래하고 사회적 갈등을 키울 수 있다. 선거 관련 시설물 설치와 인쇄물 배포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나 선거기간에 선거와 무관한 정부정책 반대 집회를 허용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의 경계가 애매해 고소 고발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선진 외국의 제도라도 우리의 민도()와 여건을 고려해 차용해야 한다. 선관위는 충분한 토론과 의견 수렴을 거쳐 현실은 반영하되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좀더 정교한 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