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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 민주당 기 싸움에 국민은 인내심 바닥났다

[사설] 청와대 민주당 기 싸움에 국민은 인내심 바닥났다

Posted March. 05, 2013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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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싸고 어제 청와대와 민주통합당이 정면충돌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과학기술과 방송통신의 융합에 기반한 ICT 산업 육성을 통한 국가성장동력 마련은 저의 국정 철학이고 국가 미래가 달린 문제인 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이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2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내일까지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새 정부는 식물정부가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 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오만과 독선의 일방통행이라고 비판했다. 문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재차 요청한 여야 대표 면담도 밥 먹고 사진 찍는 자리에는 가지 않겠다고 사실상 거부했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것은 야당 설득에 한계를 느낀 나머지 직접 국민을 향해 호소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야당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여당으로선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문 위원장이 직접 나서 대통령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날린 것도 갈 때까지 간 모양새다. 양측이 퇴로를 열어두지 않은 채 서로 상대방에게 화력을 쏟아 붓고 있으니 협상을 통한 타협이 이뤄질리 없다.

현재 정부조직법 개편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IPTV(인터넷TV) 등 비()보도 방송 관련 업무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여부다. 여야 실무협상에서 IPTV는 미래부로 이관하고, 위성방송은 방송통신위에 두기로 합의했다. 주로 케이블방송과 관련된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문제가 정리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인허가권은 방통위가 갖되 법률 제개정권은 미래부가 갖도록 제안했으나 민주당이 반대해 협상이 깨졌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막판에 엉뚱하게 방향을 틀어 협상이 결렬됐다고 주장한다.

SO는 진흥과 규제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민주당은 방송의 특수성을 주장하며 규제 쪽에, 정부여당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 같은 산업성을 부각시키며 진흥 쪽에 더 비중을 두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SO들이 채널 배분권을 갖고 있어 보도와 연관이 깊기는 하지만 전체 정부조직의 마비를 초래하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양측은 실질적인 내용을 따지기 보다는 자존심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청와대는 이것을 양보했다가는 야당에게 초장부터 밀린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고 야당은 청와대의 압박에 굴복할 수 없다는 태도다. 초장부터 이렇게 기싸움으로 나가다 보면 5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국민은 답답하다. 양측은 상대방을 굴복시키겠다는 오기와 자존심을 버리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정치협상을 통해 난제를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