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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책임총리라면 김병관 후보 해임 건의부터 하기를

[사설] 책임총리라면 김병관 후보 해임 건의부터 하기를

Posted February. 27, 201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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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제출한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정 총리는 박 대통령이 당초 총리로 지명한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검증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낙마해 대타()로 발탁된 인물이다. 그는 검찰에서 법무연수원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사실상 마감해 장 차관도 안 해본 사람이 과연 책임총리에 걸 맞는 인사냐는 논란이 일었다. 그는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라섰다.

정 총리가 진정한 책임총리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확립할지 여부는 우선 박 대통령이 얼마나 그에게 힘을 실어주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도 내각을 원활하게 이끌면서 책임총리의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야 한다. 정 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총리에게 부여된 헌법의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충실히 할 것을 약속한다면서 국민 눈높이와 상식에 맞춰 국정수행 능력이 없을 경우 해임건의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약속이 빈말이 아니라면 하루가 멀다 하고 비리 의혹이 쏟아져 나오는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에 대해 후보 지명 철회 건의부터 할 일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합동참모본부 방문 때 김 장관 후보자와 동행했다. 그렇지만 과연 이처럼 신뢰가 추락해서야 장관이 되더라도 군을 통솔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럴 때 총리가 직언을 한다면 대통령 부담을 덜어줄 뿐 아니라 책임총리로서 위상을 세웠다는 평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핵심 참모 출신 장관이나 대통령이 중시하는 부처 장관의 경우 자연스럽게 힘이 실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 총리가 실세 장관들의 틈바구니에서 좌표를 잃을 경우 자칫 존재감 없는 인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 때 총리를 지낸 고 건씨는 2004년 3월 국회의 노 대통령 탄핵 의결로 대통령직무대행을 맡았던 시절 당시 실세 장관이었던 강금실 법무장관으로부터 총리는 대통령직무대행 역할을 소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장관이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직무대행의 권한을 침해하는 듯한 발언을 할 정도이니 총리가 제대로 서지 못하면 위상이 얼마나 추락할 수 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김영삼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이수성 전 서울대 총장은 총리는 대통령과 화합해 국정을 잘 운영해야 한다. 대통령과 의견 차이가 있을 때는 언제든지 그만 두겠다는 생각으로 일해야 하며 총리가 떳떳하다면 국무위원들은 저절로 따라오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수 총리를 역임하고 어제 퇴임한 김황식 전 총리는 2010년 8월 김태호 총리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낙마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대타로 내세운 인물이었다. 각고의 노력과 친화력으로 2년 5개월 동안 무리 없이 이 대통령을 보좌한 김 총리처럼 정 총리도 떠날 때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