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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동산시장 규제 확 풀어 거래 살려내라

[사설] 부동산시장 규제 확 풀어 거래 살려내라

Posted January. 29, 2013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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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국민의 살림살이와 직결된다. 국민이 자산의 70%를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1000만여 명의 서울에서 이달 들어 28일까지 거래된 아파트는 796건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량의 절반에 불과하다. 매수세가 사라지면서 서울 아파트 값은 추락하고 전세금은 득달같이 올랐다. 내놓은 집이 몇 년째 팔리지 않아 이사도 못가고 빚을 내서 집을 샀다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딱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부동산을 믿고 펑펑 돈을 쓰는 자산효과는 사라지고, 떨어지는 부동산 값에 위축돼 허리띠를 졸라매는 역() 자산 효과가 경기를 더 냉각시키고 있다. 부동산에 기대 먹고 사는 중개업소, 이삿짐센터, 인테리어, 가구 업종은 물론 건설 업종에서 일하는 일용 노동자와 레미콘 건자재 업종에도 불똥이 튀었다. 동아일보가 이사 인테리어 중개업계의 의뢰해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새 주택거래 위축으로 이사, 인테리어, 중개업소의 소득이 9085억 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투자도 2010년 이후 3년 연속 감소해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에 따른 후유증이다.

서민과 중산층은 속이 타들어가는 데 여야 정치권은 한가롭다. 여야 대선후보는 지난해 선거 기간에 연말로 끝나는 부동산 취득세 감면 혜택을 연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해를 넘겼다. 주택 거래가 뚝 끊기자 여야가 뒤늦게 취득세 감면을 연장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으나 임시국회는 이달에도 열리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업무 보고에서 비정상적인 주택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의 밑그림이 보이지 않아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집값 하락이 지속되면 부동산발 한파가 서민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다. 빚내서 집사는 투기를 걱정할 단계도 아니다. 과거 정부처럼 투기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규제의 고삐를 잡았다 폈다하는 찔끔찔끔 뒷북 대책을 남발해서는 꽁꽁 언 부동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기는 어렵다.

여야 정치권은 더 늦기 전에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을 규제에서 거래 정상화로 바꿔야 한다. 그러자면 부동산 수요와 공급, 거래를 억누르는 손톱 밑의 가시나 신발 속의 돌멩이부터 제거해야 한다. 실수요자들이 집 장만을 어렵게 하는 규제를 푸는 것이 급선무다. 취득세 감면 혜택은 2006년부터 연장을 거듭하는 땜질식 정책으로 세금 절벽의 우려를 낳고 있다. 차제에 취득세를 현실적으로 조정해 시장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추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주택 실수요자인 젊은 세대들이 생애 처음 주택을 구입할 때는 취득세를 감면하거나 장기 저리 융자를 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한국은 부동산 거래세와 보유세 비중이 7대 3으로 거래세 비중이 미국 영국 일본 등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다.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올려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의 규제를 풀어 다주택자를 주택시장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주체로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해 일본처럼 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과 금융지원을 통해 민간 임대주택 시장을 키워야 한다.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부동산시장에 숨통을 틔우는 균형감각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은 심리학이다. 자산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늘고 떨어지면 수요가 급감하는 것이 부동산 시장이다.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장기 불황과 같은 만성 고질병이 아니라 일시적인 감기를 앓고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부동산 시장이 원기를 회복할 수 있다. 새 정부는 꽁꽁 얼어붙은 주택시장을 살려내 국민의 불편을 덜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