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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 간 올드 잡? 토익 950점도 와!

Posted January. 18, 2013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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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4일, 항해사 박성 씨(38)는 1년 4개월 만에 배에서 내려 꿈에도 그리던 아내와 세 자녀를 만났다. 1년여 전인 2011년 10월 배에 오를 때만 해도 아기 티를 벗지 못했던 쌍둥이 자매는 어느덧 네 살이 돼 있었다. 아이들이 아빠! 하며 품에 안기는 순간 박 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박 씨는 30대 후반이지만 이제 2년차 새내기 항해사다. 다소 의외지만 최근에는 박 씨처럼 뒤늦게 외항선을 타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마도로스의 인기가 다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용접공, 해외건설 인력, 간호사 등 과거의 인기 직종에 다시금 사람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박 씨는 뱃일을 하기 전 부산의 한 사단법인에서 대졸 사무직으로 10년 가까이 일했다. 공무원인 아내와 맞벌이를 해 경제적 어려움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2009년 쌍둥이가 태어나자 문득 내가 정년까지 일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겼다.

그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해 한국과 중국, 일본을 오가는 2300t급 선박에 올라 마도로스로 첫발을 내디뎠다. 다음 달에는 처음 탄 배보다 갑절 이상 큰 5300t급 배에 승선하기로 돼 있다. 그는 이제 육지보다 바다에서 일하는 것이 몸에 더 맞다며 특수선박기사로 경력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흔히들 선원이라고 하면 고기잡이배를 떠올리지만 박 씨가 타는 배는 울산과 전남 여수 등지에서 국내 정유사들이 만든 석유화학제품을 중국, 일본으로 실어 나르는 특수선이다. 최근 국내 정유업체의 해외 수출이 늘면서 특수선 선원에 대한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최근 2년간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의 해기사 양성 과정(오션폴리텍) 수료자 전원이 취업에 성공했다. 박 씨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해기사 교육생들의 스펙은 대기업 지원자 못지않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관계자는 군 장교 출신이나 토익 950점 이상 지원자도 많다며 경쟁률도 과정에 따라 6 대 1까지 된다고 말했다. 해기사들이 국내 해운업체에 취업해 받는 초임 연봉은 평균 4000만 원대다. 외국계 해운업체에 취업하면 6000만 원 정도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해기사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구직난이 심해지면서 대표적 3D 직종으로 꼽히던 용접 분야에도 구직자가 몰리고 있다. 용접은 특히 정년이 보장되는 국내 대형 조선업체에 취업하기 좋은 기술로 꼽힌다. 부산에 있는 한국용접직업전문학교의 지난해 수료생 중 92.7%가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괜찮은 회사에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중동 건설현장에 도전하는 구직자도 많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여름 고교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이라크 신도시건설 현장에 갈 현장사원 50명을 뽑았다. 그런데 지원자가 1000명이 넘어 회사 측이 깜짝 놀랐다. 요즘 20대 여성 구직자 중에는 1960년대 파독 간호사처럼 해외에 취업하기 위해 미국 간호사 자격증을 따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산하 해외취업알선기관인 월드잡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간호사 구인난이 심해 외국인 간호사를 찾는 병원이 늘고 있다며 평균 6만 달러의 연봉을 받을 수 있고 병원 내 처우도 국내 병원보다 좋아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정효진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