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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FTA 슈퍼갑 선택-집중 전략 펴야

Posted January. 03, 2013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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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캐나다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 관심을 잃은 것일까.

렌 에드워즈 전 주한 캐나다 대사는 지난해 11월 26일 자국 온라인 매체 iPOLITICS에 한-캐나다 FTA 협상과 관련해 이런 내용의 기고문을 실었다. 그는 상반된 전망을 보이는 한국, 일본과의 무역협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이 FTA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얼핏 보면 한국의 소극적 협상태도를 비판한 내용이지만 실은 한국에 대한 FTA 구애()의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캐나다 외교통상부 차관을 지낸 에드워즈 전 대사는 이 글에서 일본과의 경제파트너십협정(EPA)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2005년 협상이 개시된 한국과의 FTA는 캐나다의 자동차시장 개방, 한국의 농산물시장 개방 문제로 좌초됐다며 답답해했다.

통상의 갑()이 된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세계 45개국과 이미 FTA를 발효시켰고, 한중일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다자간 FTA까지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한국에 대한 세계 각국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FTA와 관련해 한국에 구애하고 있는 나라로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이스라엘 등이 꼽힌다. 이들 국가의 통상 당국자와 주한 대사는 틈만 나면 언론을 통해 한국이 협상에 적극 임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와의 FTA 협상은 자동차 시장 개방, 농산물 수입 문제 등의 이유로 현재 중단된 상태다. 이스라엘과는 아직 협상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에드워즈 전 대사의 글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한다.

전문가들은 총성 없는 전쟁터라 불릴 정도로 치열한 통상에서 부쩍 높아진 한국의 위상이 이런 상황을 연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도 FTA 효과를 누리며 무역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상대편 국가들이 다급해진 것이다. 한국이 구축한 FTA 네트워크에 서둘러 진입하는 게 자국경제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한국 정부 통상 담당자들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졌다. 을()의 자세로 선진국들을 쫓아다니며 FTA 협상을 하자고 읍소하던 예전과 크게 달라진 풍경이다. 어떤 국가와 먼저 협상할지, 어느 나라는 미뤄둘지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위치가 된 것이다.

한국의 FTA 효과는 경제지표로도 확인된다. 3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직접투자(FDI) 신고금액은 162억6000만 달러(약 17조2953억 원)로 전년보다 18.9%나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신고금액 중 실제로 들어온 투자금도 103억7600만 달러로 전년보다 57.8% 늘어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지경부 당국자는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는 향후 3년간 약 10만 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며 미국, EU와의 FTA 발효 효과,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등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것이 외국인들의 투자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경제논리에 충실해야

전문가들은 한국이 FTA 협상의 주도권을 쥐게 된 현재의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향후 진행되는 FTA 협상에서 철저히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이제 FTA와 관련해 한국은 아쉬울 게 없는 상태라며 상대방에게 굳이 특혜를 주거나 서두르지 말고 철저히 경제 논리로만 따져서 얻을 수 있는 것을 가급적 많이 얻는 방향으로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 구애하는 나라들과 양자 FTA를 진척시키면서도 중국과의 FTA를 비롯해 한중일, RCEP 등 한국에 더 중요한 FTA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자간 FTA가 더 많이 체결되면 기업인들 입장에서는 나라마다 제각각인 원산지증명 등으로 인해 오히려 수출에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며 FTA 체결 국가를 무작정 늘리기보다 기존에 체결된 FTA의 개방수준 등 질을 끌어올리고, 다자간 FTA 등 새로운 형식의 FTA를 확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성열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