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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당선인, 공약의 재앙도 걱정해야

[사설] 박당선인, 공약의 재앙도 걱정해야

Posted December. 20, 2012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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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민생을 챙기고, 약속을 지키며, 대통합을 이루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말대로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특히 민생 살리기와 대통합은 국민적 염원이 담긴 시대적 과제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내놓은 공약 모두를 곧이곧대로 지키려 하다가는 나라살림을 망치고 민생을 더 고단하게 만들 수 있다.

박 당선인은 비록 다른 후보들보다는 덜했지만 분배와 복지, 경제민주화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05세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 많은 복지공약을 내놓았고 가계부채 감면, 60세 정년, 해고요건 강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약속했다. 서울을 제외한 모든 광역지자체에 맞춤형 개발공약도 마련했다. 400페이지가 넘는 공약집을 읽다보면 한국이 조만간 지구상에서 가장 힘 안들이고 편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될 것 같은 환상에 빠진다.

표를 얻기 위해 제시했던 무리한 공약은 이제 현실에 맞게 보정()해야 한다. 한국의 재정 여건은 아직 일부 선진국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 복지수요가 한없이 늘고 세입은 줄어드는 추세다. 조세연구원은 저출산고령화만으로 2050년이면 국가부채 비율이 남유럽에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재정건전성이 무너지면 조그만 외부 충격에도 나라경제가 결딴난다. 공약과 재정 사이에 균형을 찾아야 한다.

당선인이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굳힌 것은 2009년 세종시 계획수정 논란 때였다. 세종시 원안을 지지함으로써 충청권 표심을 얻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 분할이 행정 비효율로 이어져 국민이 누려야 할 정책 서비스의 질()이 퇴보할 위험은 계속되고 있다.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은 후보 시절에 한 약속보다 훨씬 엄중하다. 공약의 재앙을 막는 것이 국민과 국가를 위하는 길이다. 공약의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에 국가미래를 원점에서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사실을 진솔하게 털어놓고 국민의 양해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국가 지도자로서 진정한 용기다. 선거 전에 건전재정포럼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많은 국민은 복지공약들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고 있으며, 무상보육 등 보편적 복지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