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배임죄 범위 너무 넓어 기업인 경영활동 제약

배임죄 범위 너무 넓어 기업인 경영활동 제약

Posted November. 12, 2012 05:38,   

ENGLISH

최근 회사에 수천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법정 구속되자 재계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배임죄 관련 국내 법규가 모호하고 범위가 너무 넓어 정당한 경영활동까지 옥죈다는 것이다. 재계는 김 회장이 개인적으로 얻은 이득이 없고 계열사 손해가 구체적으로 발생하지 않았으며, 경영상의 판단에 따라 계열사를 지원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재벌 총수라는 이유 때문에 법정 구속됐다고 주장한다.

9일 한양대에서 열린 한국경제법학회 추계학술세미나에서는 기업인이 좀 더 자유롭게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런 법 조항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기업인에 대한 배임죄 처벌은 기업 경영활동에 대한 과도한 형사적 개입이며, 기업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파괴시켜 국가경제에도 많은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미국은 배임죄 조항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우편사기죄가 유사한 기능을 하고 독일과 일본에는 배임죄가 있지만 한국처럼 쉽게 성립되지는 않는다며 일본에서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명백히 손해를 가할 목적이 있어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손해를 가할 목적이 없어도 손해 발생의 위험만 있으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또 독일은 법률 또는 관청의 위임, 법률행위 혹은 신임관계로 제한하는 반면 한국은 배임죄 주체를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넓게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이런 모호함 때문에 국내에서 기업인에게 적용되는 배임죄 무죄율이 전체 형사범죄에 비해 5배가량 높다고 지적했다. 업무상 배임이라는 개념이 불분명해 단순히 경영상의 판단인지 위법행위인지 명확하게 판단하는 게 어려운 상황에서 검찰은 법률을 확대 해석하고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아 무죄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미국 판례법상의 원칙인 경영판단 원칙을 상법에 명문화해 삽입하자고 제안했다. 나중에 설사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켰다 하더라도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내린 경영 판단이었다면 그 결정을 내린 회사의 이사나 임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구체적으로 상법에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회사의 이익을 위해 경영상의 판단을 한 경우에는 의무의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과 경영판단 행위일 경우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새로 넣자고 제안했다.



정세진 장강명 mint4a@donga.com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