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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홀로서기 시작 한-미, 대응 시나리오 짜기 나섰다

김정은 홀로서기 시작 한-미, 대응 시나리오 짜기 나섰다

Posted December. 29, 201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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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이어진 북한의 조문 정국이 29일 추도대회를 끝으로 일단락되고 후계자 김정은의 홀로서기가 시작된다. 김정은 지도부 체제가 안착될지, 향후 북한이 어떤 대내외 행보를 보일지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의 전략 조정도 불가피하다.

김정은의 향후 행보?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김 위원장은 애도 정국이 끝난 뒤에도 3년 동안 유훈통치를 펼쳤다. 당시 군 최고사령관, 국방위원장 직함을 갖고도 전면에 나서지 않던 그는 1997년 10월에야 노동당 총비서에 올랐다.

하지만 김정은은 사정이 다르다. 김 위원장은 김 주석 사망 20년 전 공식 후계자가 됐지만 김정은은 후계자가 된 지 1년 2개월여 만에 부친의 죽음을 맞았다. 공식적으로 갖고 있는 직함도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인민군 대장밖에 없다.

이런 약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김정은은 곧바로 군 최고사령관에 이어 당 총비서에 오르는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김 주석 사망 때는 김 위원장에게 위대한 영도자 당 중앙위 수반이라는 호칭을 각각 6개월, 1년 6개월 뒤에 사용한 반면 이번에 김정은에게는 사망 직후와 나흘 만에 사용하는 등 초고속으로 호칭이 바뀌었다.

이 때문에 이르면 내년 1월 1일 김정은이 최고사령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이르면 김일성 생일(4월 15일)을 전후해 당 총비서에 오르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정보원도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정은이 최고사령관직을 조기에 승계할 가능성이 높고 유훈통치를 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지도체제에 대해서는 얼마 동안 집단지도체제로 가겠지만 (결국은 김정은) 단일지도체제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과정에서 그의 후견인인 고모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사실상 섭정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나리오 외교 고심

김정은 체제의 안착 여부를 가늠해 볼 첫 시험대는 22일로 예정됐다가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갑자기 중단된 제3차 북-미 대화다. 전문가들은 1994년 김 주석의 사망 이후 북-미 핵 협상이 한 달 만에 재개된 점을 들어 1월 중에 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북한이 돌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전이 물밑에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글린 데이비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나기 위해 1박 2일의 일정으로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다음 주에는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한중일 3국 순방에 나선다. 국무부 고위 인사가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 동북아시아 주요 국가 순방에 나서는 첫 행보다. 이어 다음 달 16일경에는 한미일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워싱턴에서 만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여러 변수가 생긴 만큼 북한이 제스처를 취하기 전에 미리 여러 시나리오별로 대응책을 논의해 두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북한이 기존 협상의 연장선에서 이를 재개하는 경우 군부 중심 세력이 강경으로 선회해 요구 수위를 높이는 경우 내부 권력투쟁으로 인해 장기간 침묵할 경우 3차 핵실험 등 도발에 나설 경우 등이 있다. 내년에는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이 대선을 치르면서 국내 정치적 변수까지 추가된 상황이다.

한미 양국은 이런 시나리오들에 따른 맞춤형 대응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 우선은 북한을 압박하기보다는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을 집중 협의하고 있다. 특히 대화 재개에 청신호가 켜지는 경우에도 시기적으로 단, 중, 장기 대책을 마련해 대응한다는 방침 아래 구체적인 공조 방안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향후 한반도 정세를 놓고 동맹국들이 긴밀히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앞으로 숨 가쁘게 전개될 외교전에서 한국이 중심을 잘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