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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충무공 앞에 부끄러운 후예

Posted November. 13, 201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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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밤 제주항 인근에서 156t급 해군 고속정 참수리 295호가 어선과 충돌해 침몰하고 탑승원 3명이 사망 또는 실종된 사고는 해군의 기강 해이를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G20 정상회의 개막 전날 전군이 최고 수준의 군사대비 태세에 들어간 상태에서 일어난 사고라서 더욱 한심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야간에 일어난 사고지만 가시() 거리가 5.4km나 됐는데 견시병()들은 뭘 했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고성능이라는 함정 레이더는 왜 무용지물이 됐으며, 순간적인 급속 기동은 왜 못했나.

3월 26일 천안함 사건 당시 북한의 기습공격에 대한 대응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이해하면서도 우리 군의 각종 허위보고와 경계 작전 소홀 및 기강 해이에 대해서는 분노한 국민이 많았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최원일 함장 등 지휘관 4명을 군 형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지만 최근 형사처벌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방부는 군의 사기와 단결을 위해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참수리 295호 사고를 보건대 언제든지 북이 도발하면 판판이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군기()는 해이해져 엉망이고 전투력도 형편없는 군대를 흔히 당나라 군대라고 부른다. 천안함 폭침 사건 때 육군참모총장 출신 이진삼 의원(자유선진당)은 우리 군의 기강 해이를 질타하면서 이대로 가면 군이 옛날 당나라 수준이 될 것이라고 비유했다. 충무공 이순신은 임진왜란 당시 최악의 조건에서도 숭고한 호국정신과 신출귀몰한 전술 전략으로 23전 23승의 불패 신화를 이룩했다. 지금 같은 해군이라면 충무공의 후예라는 말을 꺼낼 자격인들 있다 하겠나.

이명박 대통령은 5월 4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군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지, 현실보다는 이상에 치우쳐 국방을 다뤄온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정신무장을 하라고 촉구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천안함이 침몰한 3월 26일을 국군 치욕의 날로 기억할 것이라며 장병 정신 재무장을 다짐했지만 고속정이 어선에 받쳐 침몰하는 치욕적 사건이 일어났다. 많은 국민은 군을 신뢰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군은 이런 국민을 거듭 배반하고 있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