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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머지고 온 보따리 우리에게 맡기시길

Posted October. 15, 20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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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안장식은 14일 오후 3시부터 약 30분 동안 유가족과 시민 등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립대전현충원 묘역에서 엄수됐다.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의 약력보고, 정희경 청강학원 이사장과 강태욱 민주주의이념연구회장의 조사, 박관용 전 국회의장(장례위원장) 등의 분향과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정 이사장은 조금만 더 사셨더라면 민주적으로 통일된 조국을 보셨을 텐데 안타깝다며 민족분단과 갈등의 참담한 현대사를 온몸으로 아파하시면서 살았으니 이제는 모진 풍상을 거두시고 깊은 마음속의 하나님 품에서 위로와 칭찬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황 전 비서의 시신은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생, 아동문학가 윤석중 선생, 안경모 전 교통부 장관 등이 묻힌 국가사회공헌자 묘역의 26번 자리에 안치됐다.

고인의 관을 싸고 있던 태극기를 벗기고 하관한 뒤 수양딸 김숙향 씨(68)는 허토를 위해 삽으로 떠서 흙을 뿌리다 입술을 깨물며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참았다. 하관 후 묘역 앞에는 제26호 국가사회공헌자 황장엽의 묘라고 쓰인 목비가 세워졌다.

김 씨는 고인은 통일을 염원하는 남북한 동포의 가슴속에 오늘도 내일도 살아 있을 것이라며 고인의 위업을 승계하는 것이 국민들의 관심과 격려에 보답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 빈소인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영결식은 내내 무거운 분위기였다. 고인의 영정과 국민훈장에 이어 태극기로 감싼 관이 운구되자 영결식장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230명이 수용 정원인 서울아산병원 1층 영결식장은 조문객으로 가득 찼고 일부는 문 밖에서 추도했다.

박관용 위원장은 조사를 통해 북한 민주화의 깃발이 평양에 힘차게 꽂히는 그날 이 영정을 다시 모시고 선생님을 보내 드리겠다면서 7000만 송이 국화꽃을 밟으시며 편안히 천국의 계단에 오르시길 바란다고 명복을 빌었다.

심호흡을 해가며 추도사를 읽던 조명철 전 김일성종합대 교수는 끝내 북받치는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흐느꼈다. 이내 장내의 훌쩍임은 흐느낌으로 변했다. 특히 고인이 남긴 유작() 시 이별이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과 함께 상영될 땐 장내 울음소리가 높아졌다.

영결식을 마친 뒤 오동나무관이 영구차로 향하는 길엔 인민군 출신 탈북자로 구성된 북한인민해방전선 회원 20여 명이 양쪽으로 도열해 거수경례를 올렸다. 추모객 상당수는 국립대전현충원까지 고인과 동행했다. 장례위원회에서 준비한 45인승 버스 4대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추모객들은 운구차가 시선에서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지켰고 일부 북한인권단체 회원은 플래카드를 펴고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원주 지명훈 takeoff@donga.com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