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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선 펄펄 맨유선 답답 박지성 왜?

Posted October. 01, 2010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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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스페인 발렌시아의 메스타야 경기장. 팀은 1-0으로 이겼지만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사진)의 표정은 어두웠다. 올 시즌 처음 90분 풀타임을 뛰었음에도 전혀 인상적이지 못했다. 맨유(잉글랜드)가 발렌시아(스페인)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을 벌인 이날 그의 패스 성공률은 팀 평균(73%)보다 낮은 68%. 자주 공을 뺏겼고 자신감도 부족해 보였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경기 중 화난 표정으로 그를 질책했다. 경기가 끝난 뒤 박지성은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한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즌 초반 박지성이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 현지 언론은 공격에서 혼자 겉돌고 있는 느낌이라며 맨유의 공격 옵션이 되기엔 크게 부족하다고 혹평했다. 박지성의 포지션 경쟁자인 안토니오 발렌시아, 라이언 긱스 등이 최근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이라 그의 부진은 더욱 안타깝다.

박지성 위기론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답답한 공격력. 사실 한국 대표팀에서 박지성의 위상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나 소속팀 동료 웨인 루니 못지않다. 캡틴 박지성은 중요한 고비마다 득점에 성공하며 팀을 살렸다. 최근 남아공 월드컵 예선에선 5골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했고 본선에서도 그리스전 골을 넣는 등 활약을 이어갔다. 또 과감한 돌파와 날카로운 패스로 공격에 힘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맨유에서 박지성은 공격보다는 수비와 팀플레이 등 조연 역할에 치중한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팀이 박지성에게 바라는 역할과 세계 정상급 선수들로 구성된 맨유라는 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인의 선택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올 시즌 맨유의 상황이 변했다는 것. 지난 시즌 엄청난 골 폭풍으로 호날두의 빈자리를 채웠던 루니가 부진하면서 공격수들의 킬러 본능이 절실해졌다. 퍼거슨 감독도 최근 공격수들이 한 시즌에 10골 이상은 넣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즌 초반 박지성의 공격력은 예년과 비교해서도 오히려 뒷걸음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공격에 대한 지나친 부담 때문에 여유가 없어졌다. 공격 상황에서 너무 서두르고 자신감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분위기에서 언론과 팬들의 이례적인 쓴소리까지 이어지자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시즌 준비를 제대로 못한 게 부진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월드컵 등 대표팀을 오가는 빡빡한 일정에 시즌 초반 들쭉날쭉한 출장 기회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을 거란 얘기다. 박지성도 인터뷰에서 어쩌다 갑자기 나오다 보니 밸런스를 유지하기 힘들다. 정신적으로 약해져 있다고 말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강한 압박, 엄청난 활동량 등 박지성 특유의 장점이 최근 경기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지성도 한국 나이로 서른에 접어든 만큼 예전처럼 산소 탱크다운 모습을 보여주긴 힘들 것이라면서 정신을 재무장하는 한편 과감한 공격 시도와 노련미를 이용한 플레이까지 할 수 있어야 맨유에서 재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