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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북제재 조정관

Posted June. 14, 201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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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10일 로버트 아인혼 비확산 및 군축 담당 특별보좌관에게 대()북한이란 제재 조정관을 겸임토록 했다. 일부 국내언론은 북한이 저승사자를 만났다는 식의 보도를 했다. 하지만 작은 체구에 보통사람의 1.5배쯤 되는 큰 귀를 가진 그의 외모는 저승사자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코넬대와 프린스턴대 국제관계대학원 출신으로 1972년부터 2001년까지 29년간 주로 핵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문제를 다뤘다. 합리적 중도파로 분류되는 북한 전문가다.

빌 클린턴 대통령 때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아인혼은 2008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 힐러리 클린턴 캠프에 참여해 국무부 실세 소리를 듣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실세인 커트 캠벨 국무부 차관보와 존 울프스탈 부통령 특별보좌관과도 가깝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재야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동고동락한 사이다. 대북제재 조정관은 유엔의 대북 결의안 1781호와 1874호 이행을 포함해 북한 핵 확산 방지를 위한 미국의 다양한 제재를 조정하는 것이 임무다. 전문성과 폭넓은 인맥이 필요하다.

천안함 사태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어떤 수준에서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부정적이어서 미국 한국 일본의 독자적인 제재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만큼 기존의 유엔 대북 결의안이 더욱 철저히 이행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가장 효과를 본 미국의 대북제재 조치는 세계 각국 금융기관의 김정일 통치비자금 계좌를 찾아내 동결시킨 것이었다.

아인혼 조정관은 1990년대 북미 미사일 협상을 주도했으며 2000년 10월 국무부 군축 담당 차관보 시절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장관을 수행해 두 차례나 김정일을 만난 경험도 있다. 북한과의 협상은 계속해서 압력을 넣어야 하는 과정이다. 어떤 것도 쉽게 오지 않는다. 인내심을 갖고 끈질기게 추구하면서 북한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 그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북의 체질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천안함 사태 이후의 새로운 임무 수행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