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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빚의 복수

Posted May. 10, 201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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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 나 있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시() 가지 않은 길로 유명한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빚에 대해 곱씹어볼만한 경구()를 남겼다. 그는 빚이 아무리 묘한 재간을 부리더라도 자신이 낸 손실을 물어내지 않고는 배겨내지 못 한다고 말했다. 영국 저널리스트 윌리엄 리스모거 등이 함께 쓴 대변혁이란 책에는 모든 것에는 그 대가가 있고 모든 청구서는 다 갚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빚을 자꾸 져 가며 이를 갚지 않으려 한 시도는 모두 눈물로 종말을 보았다는 구절이 나온다. 개인이든 국가든 빚의 복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리스 등 유럽발() 재정위기가 글로벌 금융 불안으로 번져가고 있다.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 주요 증시를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이 연일 주가폭락으로 몸살을 앓는다. 한국 증시도 종합주가지수(코스피) 1700선이 다시 무너지고 외국인들이 대거 주식을 내다팔면서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8년 9월 미국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던 글로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다시 추락하는 더블 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에 금융 불안을 불러온 결정적 요인은 빚의 복수였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은 재정적자를 동반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폈고, 이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다시 금융 불안으로 이어졌다. 올해 위기가 시작된 유럽, 특히 남유럽은 큰 정부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으로 경제규모 대비 국가부채 및 재정적자 비율이 유난히 높은 나라들이었다.

한국은 유럽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하면 재정이 상대적으로 건전한 편이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재정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다. 화수분, 즉 재물이 자꾸 생겨서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 보물단지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외부변수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금리 인상 문제도 좀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금리를 올린다면 국내 금융 불안을 한층 부채질해 실물경제에까지 치명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