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청소년의 인성 마비 일탈

Posted April. 23, 2010 00:07,   

ENGLISH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빌라에서 지난 주말 불이 나 76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제때 불을 못 껐다면 빌라 전체가 타버릴 뻔 했다. 방화였다. 범인은 18세 소년 두 명. 중학교 동창생 사이인 이들은 경찰에서 불이 나면 어떻게 타는지 보려고 불을 질렀다고 했다. 같은 날 부산에서 한 중학생이 관심을 끌기 위해 13층 아파트에서 벽돌을 떨어뜨려 때마침 아파트 화단에 있던 여중생을 중태에 빠뜨렸다. 단순히 사춘기 행동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심각한 일탈이다.

장난삼아 혹은 호기심에서 하는 행동이 인명을 해치거나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신체의 부상은 물론이고 피해자에게 지울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남길 우려도 있다. 올해 2월 중고생들의 졸업식 알몸 뒤풀이는 세대 차이라고 가볍게 볼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이번엔 막장 생일빵 사진이 물의를 빚고 있다. 20대 청년들이 군 입대를 앞둔 친구의 생일빵을 한다며 친구의 성기를 노출시키고 항문에 이물질을 삽입해 사진을 찍은 뒤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렸다.

충동적이고 까다롭고 변덕스러운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청소년들이 이유 없는 반항을 하는 원인으로 과거에는 성호르몬 작용이나 과도한 사회적 금기를 들었다. 최근의 뇌 과학은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청소년의 뇌는 감각을 관할하는 변연계는 발달돼 있지만 판단력을 관장하는 전전두엽()이 미성숙 상태라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음악을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몸을 흔들고 초인종 소리만 나도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이는 감각이 발달돼 있기 때문이고, 반면 전전두엽이 덜 발달해 도덕적 성찰() 능력은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것뿐일까.

누구나 성장 과정에 청소년기를 거치지만 요즘 청소년의 일탈행위가 심해지는 것은 교육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성적 위주의 입시제도에서 오는 공부 스트레스가 심하고, 학교와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은 부족하다. 유치원 때부터 시민의 책임과 윤리를 잘 가르쳐야 한다. 지역사회와 미디어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정교육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사람 됨됨이는 자신과 주변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